국가정보자원관리원 대전본원에서 화재가 발생하면서 중앙정부 부처 공무원들이 사용하던 클라우드 기반 저장소 ‘G드라이브’가 전소돼, 약 74개 기관 소속 19만여 명의 업무자료가 완전히 소실된 것으로 확인됐다.
이번 화재는 2025년 9월 26일, 대전 유성구에 위치한 국가정보자원관리원 5층 전산실에서 발생했다. 해당 전산실에는 주요 1·2등급 수준의 정부 전산시스템 96개가 운영 중이었으며, 그 중 하나였던 G드라이브 역시 피해를 입었다. G드라이브는 중앙행정기관에서 공무원이 업무 과정에서 생산한 각종 문서나 자료를 저장할 수 있도록 구축된 클라우드 컴퓨팅 기반의 저장 시스템이다.
특히 G드라이브는 행정안전부가 2018년부터 ‘공무원 업무자료는 PC가 아닌 G드라이브에 저장할 것’을 강조해온 정부의 핵심 자료 관리 체계 중 하나다. 2025년 8월 기준, 858테라바이트에 달하는 방대한 양의 데이터가 이곳에 저장돼 있었으며, 전체 국가공무원 약 75만 명 중 19만 명 이상이 이 시스템을 실제로 이용해왔다. 1테라바이트는 A4용지 약 26억 장 분량에 해당해, 이번 사고로 최대 약 2조2000억 장 수준의 업무자료가 사라진 셈이다.
문제는 G드라이브가 대용량, 저성능 스토리지라는 특성상 외부 백업이 병행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대부분의 정부 전산시스템은 센터 외부에 별도 전용 백업센터를 두거나, 온라인·오프라인 방식으로 정기적으로 데이터 백업을 진행하지만, G드라이브만은 이 대상에서 제외됐다. 이로 인해 사용자 개인이 저장해둔 자료는 복구가 사실상 불가능한 상황이다. 특히 인사혁신처처럼 G드라이브 활용도가 높았던 기관은 전 부서 업무에 직접적인 차질이 예상되는 상황이다.
다행히 결재나 보고 등 공식 문서의 경우 별도로 관리되는 '온나라시스템'에 이중 저장돼 있어 일부 자료 복구는 가능할 전망이다. 행정안전부는 온나라시스템을 통해 공문서 및 최종 보고서 등 주요 기록이 보존되고 있다고 설명하며 정부 기능의 완전 중단 가능성은 선을 긋고 있다.
이번 사고는 디지털 행정의 급속한 확대 속에 백업 및 재난 대응 체계가 얼마나 취약할 수 있는지를 여실히 보여줬다. 정부는 향후 클라우드 기반 시스템 전반에 대해 외부 백업 체계를 강화하고, 데이터 보존 정책을 전면 재검토할 것으로 보인다. 이 같은 흐름은 전자정부 시스템의 신뢰도 확보와 안전성 강화라는 측면에서 중장기적으로 필수적인 과제로 부상할 가능성이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