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정보자원관리원 대전본원에서 발생한 대형 화재로 인해 중앙행정기관 공무원들이 업무에 사용하던 핵심 자료 저장소 ‘G드라이브’가 전면 파괴되면서, 약 75만 명의 국가직 공무원이 저장해둔 업무 자료가 사실상 전부 소실된 것으로 확인됐다.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이번 화재는 2025년 9월 26일, 대전 유성구에 위치한 정부 전산시스템 통합시설인 국가정보자원관리원 대전본원 5층 7-1 전산실에서 발생했으며, 이 전산실에는 정부의 1·2등급 중요 정보시스템 96개가 포함돼 있었다. 화재로 해당 시스템들이 전소되면서, 중앙부처 공무원들이 클라우드 방식으로 사용하던 ‘G드라이브’ 역시 물리적으로 완전히 파괴됐다.
G드라이브는 정부 공무원들이 작성하거나 획득한 업무 자료를 저장하는 공유 클라우드 시스템으로, 2018년부터 ‘정부 클라우드 이용지침’에 따라 모든 문서와 파일을 개별 PC가 아닌 이 곳에만 저장하도록 규정돼 왔다. 다만, G드라이브는 저성능·대용량 저장소로 분류돼 오프라인 또는 별도의 원격 백업이 거의 이뤄지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로 인해 많은 정부 부처에서 개인 저장 공간으로 제공되던 약 30기가바이트 분량의 파일들이 이번 사고로 복구 불가능한 상황에 놓였다.
피해는 부처별로 차이를 보이고 있다. 인사혁신처의 경우, 과거 보안 사고 이후 모든 업무 자료를 G드라이브에만 저장하도록 내부 방침을 강화해 온 탓에, 이번 화재로 업무 기반 데이터가 거의 전부 삭제됐다. 인사처는 최근 한 달 내에 작업된 자료를 일부 복구하기 위해 공무원 개별 PC, 이메일, 공문 사본, 인쇄물 등을 통해 수작업 복원을 진행 중이다. 반면 국무조정실처럼 G드라이브 활용 비중이 낮았던 기관은 상대적으로 피해가 적은 것으로 전해졌다.
행정안전부는 G드라이브를 제외한 다른 정보시스템 대부분은 정기적으로 백업이 이뤄지고 있다고 설명하며, 백업 장비 오류에 대비해 동일 센터 내 중복 장비에 매일 온라인 백업을 실시하고, 일부 중요 시스템은 별도의 원거리 백업센터(소산시설)에도 데이터를 분산 저장 중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이번처럼 화재로 물리적 서버 자체가 전소되는 경우에는, 별도의 외부 백업 시스템이 없는 G드라이브 자료는 복구가 사실상 어렵다는 한계가 드러났다.
이번 사고는 정부가 의존해온 업무 데이터 관리 체계의 구조적인 취약점을 노출시켰다는 점에서 단순한 화재를 넘어선 행정 신뢰성의 문제로도 연결될 수 있다. 특히 디지털 전환 정책 기조 하에 공공기관의 데이터 저장 방식이 클라우드 중심으로 급격히 이동하고 있는 가운데, 재해나 장애 상황에 대비한 데이터의 안전성과 이중 백업 체계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커지고 있다. 앞으로 정부는 시스템 설계 단계에서부터 안정성과 회복력을 고려한 데이터 거버넌스 체계를 전면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