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가 올해 3분기에 창사 이래 처음으로 10조 원을 넘는 영업이익을 기록하면서, 주요 증권사들이 이 회사의 향후 실적에 대한 기대감을 반영해 목표주가를 잇따라 상향 조정하고 있다.

지난 10월 29일 SK하이닉스는 연결 기준으로 3분기 매출 24조4천489억 원, 영업이익 11조3천834억 원, 순이익 12조5천975억 원을 잠정 공시했다. 이는 작년 같은 기간 대비 매출이 39.1%, 영업이익이 61.9%, 순이익이 무려 119%나 증가한 수치다. 이 실적으로 SK하이닉스는 직전 분기였던 2분기의 역대 최대 실적을 불과 한 분기 만에 다시 경신하며 반도체 슈퍼사이클에 대한 기대감을 키웠다.

이번 실적 호조는 메모리 반도체, 특히 HBM(고대역폭 메모리)과 AI(인공지능) 연산 서비스 확산이 주요 배경으로 꼽힌다. 최근 딥러닝·생성형 AI 기술 수요 증가로 인해 병렬 연산 처리에 최적화된 HBM 제품군의 수요가 폭발하고 있으며, SK하이닉스는 이 시장에서 기술력과 생산능력 면에서 가장 앞서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특히 최신 제품인 HBM4E가 고성능 AI 가속기에 널리 채택되고 있다는 점이 긍정적 요인으로 부각된다.

이에 증권업계는 기업 실적 전망을 긍정적으로 재평가하고 있다. 국내 주요 증권사 16곳 중 14곳이 10월 30일 SK하이닉스의 목표주가를 상향 조정했으며, 상향된 목표주가는 대부분 65만 원 이상에서 형성됐다. 가장 높게는 흥국증권이 75만 원을 제시했다. 흥국증권은 AI 수요 확대와 대규모 데이터센터 투자가 맞물리면서 메모리 업황이 장기적으로 호황 사이클을 보일 것으로 전망했다.

KB증권은 2026년까지 SK하이닉스의 메모리 제품군(HBM·D램·낸드)이 완판될 것으로 내다봤다. 이에 따라 제품 평균판매단가(ASP)가 꾸준히 오르고 출하량도 증가해 고수익이 유지될 것으로 진단했다. 또한, 경기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의 본격 가동은 2028년으로 예상돼 2026년부터는 한동안 메모리 공급이 수요를 따라잡기 어려운 구조가 될 수 있다는 분석도 제기됐다.

이러한 중장기 기대감은 기술력과 수익성에 대한 자신감으로도 이어지고 있다. 한국투자증권은 SK하이닉스의 기술 경쟁력이 단기 실적에 그치지 않고 2027년 이후에도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며, 반도체 업종 내 최우선 투자 종목으로 유지했다. eSSD(기업용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 등 범용 제품에서도 수요가 확대되고 있는 점 역시 긍정적으로 평가됐다.

이 같은 흐름은 향후 메모리 시장의 장기적인 구조적인 공급 부족과 맞물리면서 SK하이닉스의 실적 상승세가 당분간 지속될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특히 기술 격차가 유지되는 한, 가격 협상력과 수익성 모두에서 유리한 위치를 차지할 수 있다는 것이 업계의 전반적인 진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