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벅스가 고객과의 직접 대화를 중시해왔던 기존 원칙에 변화의 신호탄을 쏘며, 한국 일부 매장에 처음으로 무인 주문기(키오스크)를 도입했다. 다만 이는 주문 방식을 다양화하려는 시도로, 전면적인 시스템 전환보다는 시범 운영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스타벅스코리아는 11월 13일 서울 명동길점 매장에 키오스크 2대를 시범 설치하고 본격적인 운영을 시작했다. 이 매장은 외국인 관광객이 많이 찾는 대표적인 상권 중 하나로, 유동 인구가 많아 새로운 시스템의 반응을 테스트하기에 적합하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고객들은 기존처럼 점원에게 직접 주문할 수도 있고, 원하는 경우 키오스크를 통해 간편하게 음료를 주문할 수도 있다.
이번에 도입된 키오스크는 한국어 외에도 영어, 중국어, 일본어 등 총 4개 언어를 지원하며, 외국인 관광객의 언어 장벽 해소에 초점을 맞췄다. 특히 관광객 비중이 높은 지역인 서울 명동, 종로, 강남과 제주도의 약 20개 매장이 시범 운영 대상지로 선정됐다. 스타벅스 측은 시범 운영 결과를 분석한 후 향후 전국 확대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다.
스타벅스는 자체 브랜드 철학에서 소비자와의 소통, 즉 인간적인 접촉을 핵심 가치로 삼아왔다. 이로 인해 다른 대형 커피 브랜드들이 매장 효율성 제고를 위해 이미 키오스크를 활발히 도입한 데 반해 스타벅스만은 이를 미뤄왔다. 다만 이번 시도는 고객 수요의 변화와 외국인 방문 증가, 비대면 트렌드 확산 등을 고려한 불가피한 선택으로 해석된다.
디지털 소외 계층을 고려한 접근도 눈에 띈다. 스타벅스 키오스크는 일반적인 무인 주문기보다 높이를 낮춰 휠체어 이용자도 쉽게 접근할 수 있게 했으며, 테이블 위에 설치돼 장애인 접근성을 한층 높였다. 회사 측은 키오스크가 기존 스마트폰 주문 시스템(사이렌 오더)처럼 단지 보조적인 수단일 뿐이며, 앞으로도 고객과의 정서적 교감을 최우선 원칙으로 유지해 나가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번 조치는 팬데믹 이후 비대면 주문 선호도가 높아진 가운데, 스타벅스도 변화하는 소비 행태에 점진적으로 대응하기 시작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향후 시범 매장 내 이용자 반응과 운영 효율성 등을 바탕으로, 스타벅스의 국내 키오스크 도입이 확대될 가능성도 점쳐진다. 다만, 고객 경험에 중점을 둔 브랜드 철학을 어떻게 유지할 것인가가 지속적인 과제가 될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