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현장에 배치될 로봇의 실패 확률을 미리 줄이기 위해 가상 환경에서의 사전 테스트가 새로운 해결책으로 떠오르고 있다. 시뮬레이션 기반 로봇 테스트 플랫폼을 개발 중인 스타트업 패러랙스 월즈(Parallax Worlds)가 최근 490만 달러(약 70억 5,000만 원)의 시드 투자 유치를 마쳤다고 밝혔다. 이번 투자 라운드는 피어 벤처스(Pear VC)가 주도했으며 GS퓨처스, 카카오벤처스, 라이트스케이프 파트너스 등이 참여했다.

패러랙스 월즈는 실제 로봇 배치를 가상으로 재현해 기업이 예상치 못한 고장을 사전에 차단할 수 있도록 한다. 이는 특히 AI 기반 스마트 로봇의 도입이 늘고 있는 산업 현장에서 큰 주목을 받고 있다. 공동 창업자이자 CEO인 탄마이 아가왈(Tanmay Agarwal)은 “실제 공장에서의 로봇 다운타임은 분당 최소 1천 달러에서 최대 1만 달러에 달하는 비용 손실을 초래할 수 있다”며 “이로 인해 중소 제조업체의 80~90%가 여전히 로봇 도입을 주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패러랙스 월즈의 플랫폼은 단순한 동영상을 바탕으로도 물리 기반 디지털 트윈 환경을 생성하는 것이 가능하다. 이는 실제 로봇 제어 소프트웨어를 반영한 시뮬레이션으로 이어지며, 다양한 조명, 객체 배치, 카메라 노이즈 등 물리 환경의 변수까지 가상으로 테스트할 수 있어 예기치 못한 오류 상황을 효과적으로 예측할 수 있다.

아가왈 CEO는 스탠퍼드대학교에서 로봇 전문가 페이페이 리(Fei-Fei Li), 우지아쥔(Jiajun Wu) 등의 지도 아래 연구한 경력을 바탕으로 가정용 로봇부터 자율주행차까지 다양한 시뮬레이션 플랫폼을 개발한 인물이다. CTO 아움카 라나비카(Aumkar Renavikar) 역시 BMW와 미쉐린에서의 자동화 공정 경험을 갖추고 있다.

이들의 기술은 엔비디아(NVDA)의 옴니버스 플랫폼은 물론 언리얼 엔진, 유니티 등과도 호환되며, 로봇 특화 행동 모델과 AI 기반 테스트 시나리오까지 자체적으로 추가할 수 있는 구조를 갖추고 있다.

이 기술은 이미 산업용 로봇 제조사 오렌지우드 랩스(Orangewood Labs), 주택 건설용 로봇 개발사 봇빌트(BotBuilt), 이동형 용접 로봇을 만드는 레이니어 랩스(Rainier Labs) 등 기업들에 적용되고 있다. 오렌지우드 랩스의 CEO 아비나브 다스(Abhinav Das)는 "실제 제어 소프트웨어를 기반으로 공장 조건을 그대로 반영한 테스트가 가능하다는 점에서 개발 속도가 획기적으로 단축됐다"고 전했다.

패러랙스 월즈는 향후 자연어 명령을 기반으로 시뮬레이션 테스트 케이스를 자동 생성하는 AI 에이전트를 개발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시뮬레이션 수백 건을 병렬 실행, 기존 수개월에 걸리던 테스트 기간을 단 몇 주로 단축시킬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투자금은 신규 인력 채용과 연구개발 확장을 통해 산업 현장 대비 가능성을 높이는 데 집중적으로 투입될 예정이다. 공장과 물류센터 등에서의 상용화를 노리는 만큼, 초기 로봇 스타트업 시장을 넘어 전통 제조업까지 사업 저변을 넓힐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