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벨 테크놀로지(MRVL)가 차세대 데이터센터 통신 분야를 강화하기 위해 광인터커넥트 기술 스타트업 셀레스티얼 AI(Celestial AI)를 최대 55억 달러(약 7조 9,200억 원)에 인수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이번 인수는 엔터프라이즈와 클라우드 인프라 업체들의 인공지능(AI) 투자 수요가 폭증하는 가운데, 마벨이 AI 시장에서의 입지를 확대하려는 전략적 행보로 분석된다.

이번 거래는 우선 32억 5,000만 달러(약 4조 6,800억 원)를 현금과 주식 결합 방식으로 지급하고, 이후 셀레스티얼 AI가 오는 2029 회계연도 말까지 누적 20억 달러(약 2조 8,800억 원) 매출을 달성할 경우 추가 지급 조건이 발동된다. 셀레스티얼 AI는 지난 3월 2억 5,000만 달러(약 3,600억 원)의 투자를 유치하며 25억 달러 기업가치를 인정받았던 실리콘포토닉스 기반의 유망 업체다.

셀레스티얼 AI의 핵심 기술은 '포토닉 패브릭(Photonic Fabric)'이라 불리는 광신호 처리 기반 인터커넥트로, 대규모 AI 연산이 요구되는 데이터센터 내 수천 개의 고성능 칩 간 빠른 데이터 송수신을 가능하게 한다. 기존 구리선 기반 인터커넥트와 비교해 대역폭과 전송거리 모두에서 앞서며, 데이터센터 간 지리적 분산이라는 설계상 과제를 해결해줄 핵심 솔루션으로 주목받고 있다.

마벨 최고경영자(CEO) 맷 머피(Matt Murphy)는 이번 인수가 자사 커넥티비티 로드맵을 가속화할 것이라며, "셀레스티얼 AI는 AI 및 클라우드 시장을 겨냥한 가장 완성도 높은 커넥티비티 플랫폼 구축에 있어 마벨의 핵심 축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머피 CEO는 셀레스티얼의 기술을 주문형 AI 프로세서 'XPU'와 각종 스위치 제품군에 통합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아마존웹서비스(AWS)의 머신러닝 부문 부사장 데이브 브라운(Dave Brown)도 이 같은 방향성에 환영의 뜻을 밝혔다. 그는 “AI 인프라의 확장에 있어 광 인터커넥트는 필수적이며, 셀레스티얼 AI는 시장 선도 기업인 마벨과의 결합을 통해 혁신 속도를 더할 것”이라고 기대감을 내비쳤다.

이번 인수 소식은 마벨의 3분기 실적 발표와 함께 나왔다. 마벨은 주당 76센트의 조정 EPS로 월가 기대치(73센트)를 웃돌았고, 매출도 전년 동기 대비 37% 증가한 20억 8,000만 달러(약 3조 원)를 기록하며 시장 예상을 소폭 상회했다. 순이익은 19억 달러로, 전년 동기 6억 7,600만 달러 손실에서 대폭 개선됐다.

다만 4분기 실적 가이던스는 다소 보수적으로 제시됐다. 마벨은 4분기 매출을 약 22억 달러 수준으로 내다봤는데 이는 시장 예상치와 유사한 수준이며, 보수적인 시장 분위기 속에 투자자들의 혼조된 반응을 이끌었다. 마벨 주가는 시간외 거래에서 일시 하락했으나, 인수 설명회 후 반등하며 8% 급등했다.

특히 머피 CEO는 이번 인수 외에도 마벨의 데이터센터 매출이 내년 회계연도에 25% 성장할 것이라며 자신감을 드러냈고, 이는 셀레스티얼 AI의 기여분이 반영되지 않은 수치임을 강조해 향후 추가 성장 여지도 암시했다.

AI와 클라우드 중심으로 재편되는 반도체 시장에서 마벨은 성장을 지속해왔지만, 브로드컴(Broadcom) 등 동종 경쟁사만큼의 상승 동력을 확보하진 못했다. 올해 주가 하락률이 15%에 이르는 반면 브로드컴은 64% 이상 급등한 바 있다. 이번 셀레스티얼 AI 인수가 마벨의 방향 전환점이 될 수 있을지, 업계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