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의 미국주식예탁증서(ADR) 거래가 10일(현지시간) 나스닥 상장 직후 공모가보다 크게 높은 180달러 안팎에서 출발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인공지능 반도체 투자 열기가 다시 한 번 확인되고 있다.
로이터 통신은 이날 SK하이닉스 ADR의 거래 시작 예상 가격이 공모가 149달러보다 약 21% 높은 수준이라고 보도했다. 미국주식예탁증서는 해외 기업 주식을 미국 투자자가 미국 증시에서 손쉽게 사고팔 수 있도록 만든 증서다. 한국 대표 반도체 기업인 SK하이닉스가 이 방식으로 미국 기술주 중심 시장인 나스닥에 들어오면서, 미국 자금이 국내 증시를 거치지 않고 직접 유입될 통로가 열린 셈이다.
시장에서는 이번 상장을 단순한 자금 조달 이상의 의미로 보고 있다. 최근 반도체주가 다소 조정을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인공지능 확산으로 고대역폭메모리(HBM·초고속 메모리) 같은 핵심 부품 수요가 계속 늘어날 것이라는 기대가 여전히 강하기 때문이다. 로이터는 SK하이닉스가 이번 공모를 통해 신규 공장 건설 재원을 마련하는 동시에, 세계 최대 규모의 투자자 기반에 직접 접근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이번 공모는 지난달 스페이스엑스 기업공개에 이어 미국 시장에서 두 번째로 큰 규모로 평가됐다.
미국 투자자들의 시선이 SK하이닉스에 쏠리는 배경에는 기업가치 차이도 있다. 투자분석 플랫폼 리플렉시비티의 주세페 세테 공동 설립자는 로이터에 미국 투자자들에게 SK하이닉스가 인공지능 메모리 투자 흐름을 가장 직접적으로 담을 수 있는 대형주로 비친다고 설명했다. 또 미국 증시에 상장된 반도체 기업들이 한국 증시보다 상대적으로 높은 평가를 받는 경향이 있는 만큼, SK하이닉스가 이런 시장 환경을 활용하기 위해 나스닥 상장을 택한 것으로 분석했다.
실제로 최태원 SK 회장과 곽노정 SK하이닉스 대표는 10일 미국 뉴욕 타임스스퀘어 나스닥 마켓사이트에서 열린 상장 기념 오프닝벨 행사에 참석했다. 이는 단순한 상장 행사를 넘어, SK하이닉스가 인공지능 시대 핵심 메모리 기업으로서 글로벌 자본시장과 접점을 넓히겠다는 의지를 보여주는 장면으로 해석된다. 이 같은 흐름은 앞으로 국내 대표 제조기업들이 미국 시장에서 더 높은 기업가치와 넓은 투자자층을 확보하려는 움직임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