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연말부터 국경을 넘는 가상자산 이전을 외환 관리 체계 안으로 편입하면서, 관련 사업자는 사전에 등록하고 거래 내역을 당국에 의무적으로 보고해야 하게 됐다. 가상자산이 해외로 오가며 사실상 송금 수단처럼 활용되는 흐름이 커지자, 기존 외환 규제를 우회하는 거래나 불법 자금 이동을 더 촘촘히 들여다보겠다는 취지다.
재정경제부는 2026년 5월 26일 국무회의에서 이런 내용을 담은 개정 외국환거래법 공포안이 의결됐다고 밝혔다. 개정 법률은 6월 2일 공포될 예정이며, 공포 후 6개월이 지난 12월 초부터 시행된다. 핵심은 국경 간 가상자산 이전 업무를 하는 사업자에게 별도의 법적 지위를 부여하고, 이들을 외환당국의 관리 대상에 포함한 데 있다. 지금까지는 가상자산 거래가 금융·자금세탁 방지 측면에서 주로 관리됐다면, 앞으로는 외환 거래의 관점에서도 본격 관리가 이뤄지는 셈이다.
새 제도에 따르면 가상자산이전업자는 해외와 연결된 가상자산 거래를 하려면 재정경제부 장관에게 미리 등록해야 한다. 또 국가 간 가상자산 이전 내역을 한국은행 외환전산망에 보고해야 한다. 이렇게 모인 정보는 국세청, 관세청, 금융감독원, 금융정보분석원에 공유된다. 과세 자료 확인, 밀수·불법 송금 조사, 자금세탁 의심 거래 점검 등 여러 목적에 함께 활용될 수 있다는 뜻이다. 정부는 이를 통해 가상자산의 국내 유입과 해외 유출을 한데 파악하는 통합 모니터링 체계를 마련할 수 있게 됐다고 보고 있다.
제재 수준도 기존 외국환업무 취급기관과 비슷하게 맞춰진다. 등록을 하지 않고 영업하거나 보고 의무를 이행하지 않는 경우, 또는 검사에 응하지 않는 경우에는 제재를 받게 된다. 이는 가상자산을 기존 금융·외환 제도 밖의 특수 영역으로 두지 않겠다는 신호로 읽힌다. 최근에는 가상자산이 송금보다 빠르고 경로 추적이 복잡하다는 점을 이용해 외환 규제를 피하거나 불법 거래에 활용하는 사례가 늘어났다는 지적이 이어져 왔다. 정부가 법 개정에 나선 배경도 이런 사각지대를 줄여 외환거래의 건전성을 확보하려는 데 있다.
앞으로는 시행령 개정과 세부 보고 기준 마련, 기관 간 정보 연계 방식 정비가 제도의 실효성을 좌우할 것으로 보인다. 관계 당국은 정보 수집과 공유, 사후 조사 체계가 원활히 돌아가도록 후속 제도 정비 과정에서 협력할 계획이다. 이 같은 흐름은 가상자산을 단순한 투자 대상이 아니라 실제 국경 간 자금 이동 수단으로 보는 규제 기조를 더 강화하는 방향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