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전지법 행정1단독 이영광 부장판사는 최근 리비아 국적 A씨가 출입국 당국을 상대로 제기한 강제퇴거명령 취소소송에서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 A씨는 2009년부터 한국에 머물렀고, 2023년 인천지법에서 특정금융정보법, 외국환거래법, 범죄수익은닉규제법 위반 등의 혐의로 징역 2년을 선고받은 뒤 지난해 강제퇴거명령을 받았다.
문제가 된 범행은 이른바 환치기 방식의 불법 송금 대행이었다. A씨와 공범들은 리비아 등지에서 국내외 송금 수요가 있는 사람들로부터 가상자산을 받은 뒤 이를 원화로 바꿔 송금해주는 구조를 꾸렸다. 2021년 11월부터 2022년 10월까지는 해외 가상자산 거래소에서 외화로 산 가상자산을 국내 거래소로 옮겨 매도한 뒤 원화를 보내주는 방식으로 2천515차례에 걸쳐 약 940억원어치를 거래한 것으로 조사됐다. 정식 금융망을 거치지 않고 자금을 옮기는 이런 거래는 외환 규제를 피하기 쉽고 자금 출처를 숨길 수 있어 금융질서를 훼손하는 대표적 수법으로 꼽힌다.
이 과정에서 이들이 챙긴 수수료만 수십억원에 이른 것으로 파악됐다. 일부 범죄수익은 무역대금인 것처럼 꾸며 해외로 다시 송금되기도 했다. 법원이 중하게 본 지점도 바로 이 대목이다. 가상자산이 국경을 넘는 자금 이동에 빠르게 활용될 수 있다는 점 때문에, 당국은 불법 외환거래와 자금세탁 가능성을 함께 들여다보는 경우가 많다. 특정금융정보법은 이런 위험을 줄이기 위해 거래기록 확인과 의심거래 관리 의무를 강화한 법이다.
A씨는 국내에서 배우자와 자녀 7명과 함께 생활하고 있고, 사업 활동을 통해 한국 경제에 기여해왔다며 강제퇴거는 과도하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국가가 자국 내 체류가 바람직하지 않다고 판단한 외국인을 추방할 권한을 갖는 것은 주권의 본질적 속성이라고 판단했다. 또 A씨가 이 사건 이전에도 벌금형 선고와 경고를 받은 전력이 있다는 점을 언급하며, 강제퇴거명령으로 생기는 불이익은 본인의 책임에서 비롯된 불가피한 결과라고 봤다.
이번 판결은 가상자산을 이용한 불법 외환거래가 단순한 개인 범죄를 넘어 외환질서와 자금세탁 방지 체계를 흔드는 문제로 다뤄지고 있다는 점을 다시 보여준다. 앞으로도 사법당국과 출입국 당국은 중대 금융범죄로 처벌받은 외국인에 대해 체류 관리 기준을 엄격하게 적용할 가능성이 크고, 가상자산을 통한 국경 간 자금 이동에 대한 감시 역시 한층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