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 시행 이후 2년 동안 금융당국이 가상자산 시장의 시세조종과 부정거래 사건 30여건을 수사기관에 넘기면서, 그동안 제도권 바깥에 머물던 가상자산 시장 감시가 본격적인 단속 단계로 옮겨가고 있다.
19일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당국은 최근까지 가상자산 불공정거래 조사 40여건을 마무리했고, 이 가운데 시세조종과 부정거래 혐의가 확인된 30여건을 고발하거나 수사기관에 통보했다. 사건 관련 혐의자는 모두 25명으로 집계됐고, 범행에 동원된 가상자산은 사건당 평균 8개 종목이었다. 이는 일부 특정 코인에 그치는 문제가 아니라, 여러 종목을 묶어 조직적이거나 반복적으로 움직이는 방식이 적지 않았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불법 행위로 얻은 이익 규모도 작지 않았다. 사건별 평균 부당이득은 14억원 수준이었고, 형사처벌 기준상 부당이득 5억∼50억원 구간에 해당하는 사건이 8건, 50억원 이상 대형 사건도 1건 확인됐다. 금융당국은 시세조종 1건과 부정거래 1건에 대해 각각 125∼165% 수준의 과징금을 매겨 불법 이익 환수에 나섰다. 가상자산 시장이 변동성이 크고 거래 속도가 빠른 만큼, 단기간에 큰 차익을 노린 불공정거래가 실제로 상당한 수익으로 이어졌다는 점이 드러난 셈이다.
이번 적발 사례에서는 가상자산 시장 특유의 허점을 노린 수법이 두드러졌다. 특정 거래소에서 입출금이 막힌 종목의 거래 환경을 이용해 가격을 인위적으로 흔드는 이른바 가두리 수법, 특정 시점에 물량을 대량으로 사들여 가격을 급히 끌어올리는 경주마 수법이 대표적이다. 여기에 대규모 자금으로 시장 가격에 영향을 주는 대형고래식 매매도 적발됐다. 2024년 10월 패스트트랙, 즉 신속 수사 전환 절차로 넘겨진 초단기 시세조종 사건은 이미 재판이 진행 중이다. 가상자산 시장은 전통적인 주식시장보다 거래 구조가 복잡하고 해외 거래소와도 연결돼 있어, 이런 수법이 더 빠르게 확산될 수 있다는 점이 위험 요인으로 꼽힌다.
소셜미디어를 이용한 허위 정보 유포도 주요 단속 대상이었다. 밈 코인을 발행한 뒤 사회관계망서비스에 사실과 다른 호재성 내용을 퍼뜨려 가격을 띄우고, 이후 보유 물량을 한꺼번에 팔아 수억원대 부당이득을 챙긴 일당은 2025년 9월 수사기관에 넘겨져 재판을 받고 있다. 금융당국은 국내외 거래소와 협조해 국경을 넘는 범죄에도 대응했고, 민원 처리 과정에서 허위사실 유포 정황을 조기에 포착해 조치했다고 설명했다. 이는 투자자 보호의 초점이 단순한 사후 처벌을 넘어, 온라인 여론 조작과 정보 왜곡까지 넓어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당국은 앞으로 가상자산 시장의 규제 수준을 자본시장에 가깝게 끌어올린다는 방침이다. 이를 위해 불법 이익 은닉을 막는 계정·계좌 지급정지 제도와 위법행위 조기 적발을 위한 신고·포상금 제도를 디지털자산기본법, 이른바 가상자산 2단계법에 담을 계획이다. 이 같은 흐름은 향후 가상자산 시장이 단순히 신산업으로만 다뤄지기보다, 주식시장과 비슷한 수준의 감시와 책임을 요구받는 방향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