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유가가 13일(현지시간) 하락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중국 방문으로 미중 현안 협상 가능성이 부각된 데다, 미국 물가 지표가 잇따라 강세를 보이면서 금리 인하 기대가 약해진 점이 유가를 끌어내렸다.
이날 아이시이(ICE)선물거래소에서 7월 인도분 브렌트유 선물 종가는 배럴당 105.63달러로 전장보다 2.0% 내렸다. 뉴욕상업거래소에서 6월 인도분 미국 서부텍사스산원유(WTI) 종가는 배럴당 101.02달러로 1.1% 하락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중국 베이징에 도착해 2박 3일 국빈 방문 일정을 시작했고, 방중 이틀째인 14일 오전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정상회담을 할 예정이다.
원유 시장은 이번 회담에서 관세와 무역 문제, 이란 관련 사안 등 에너지 시장에 직접 영향을 줄 수 있는 의제가 폭넓게 다뤄질 가능성에 주목했다. 특히 미중 관계와 중동 변수는 원유 수급 전망을 바꾸는 핵심 요인으로 꼽히는데, 정상회담을 계기로 긴장 완화나 정책 조정 신호가 나올 수 있다는 기대가 단기적으로 유가 상승 압력을 누른 것으로 해석된다.
미국의 물가 상승세가 예상보다 강했던 점도 유가에는 부담이었다. 미국의 4월 생산자물가지수(PPI)는 에너지 가격 급등의 영향으로 지난해 같은 달보다 6.0% 올라 2022년 12월 이후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앞서 발표된 4월 소비자물가지수(CPI)도 전년 대비 3.8% 상승해 약 3년 만에 가장 큰 폭으로 올랐다. 소비자물가지수와 생산자물가지수는 각각 소비자와 기업 단계의 물가 흐름을 보여주는 지표인데, 이 수치가 함께 강하면 연방준비제도(연준)가 기준금리 인하를 서두르기 어렵다는 관측이 강해진다. 금리가 높은 수준에 오래 머물면 경기와 원유 수요가 둔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진다.
수급 지표는 엇갈렸다. 미 에너지정보청(EIA)에 따르면 지난주 미국의 상업용 원유 재고는 직전 주보다 430만배럴 감소했다. 이는 로이터가 집계한 전문가 전망치인 210만배럴 감소를 크게 웃도는 수준으로, 통상적으로는 유가를 떠받치는 재료다. 반면 석유수출국기구(OPEC)는 13일 보고서에서 지난 2월 말 미·이란 전쟁 발발 이후 회원국 생산량이 3~4월 누적으로 30% 이상 줄었다고 집계하면서도, 올해 원유 수요 증가 전망치는 기존 하루 약 140만배럴에서 약 120만배럴로 낮췄다. 공급 차질에도 수요 전망을 낮춘 것은 경기와 소비 여건을 이전보다 보수적으로 본다는 뜻이어서, 이 같은 흐름은 앞으로도 국제 유가의 상단을 제약하는 요인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