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주요 연구기관과 해외 투자은행 이코노미스트들은 올해 한국 경제가 예상보다 더 나은 흐름을 보이며 2.5~3.0% 성장할 가능성이 크다고 진단했다.
기획예산처는 20일 조용범 예산실장 주재로 한국개발연구원(KDI), 삼성글로벌리서치, 현대경제연구원, 제이피모건, 씨티은행, 비엔피파리바 등이 참석한 거시경제 전문가 간담회를 열고 최근 경기 흐름과 정책 과제를 점검했다. 참석자들은 올해 1분기 성장률이 1.7%로, 당초 예상됐던 0.9%를 크게 웃돈 배경으로 반도체 수출 회복과 정부의 선제적 추가경정예산 편성을 꼽았다. 수출과 재정 집행이 동시에 경기를 떠받치면서 연초 우려보다 경기 반등 속도가 빨라졌다는 의미다.
전문가들은 내년에도 우리 경제가 잠재성장률을 웃도는 확장 국면을 이어갈 수 있다고 봤다. 잠재성장률은 물가를 크게 자극하지 않으면서 한 나라 경제가 지속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 속도를 뜻하는데, 이 수준을 넘는 성장은 경기 회복세가 비교적 뚜렷하다는 신호로 해석된다. 다만 회복의 내용은 고르게 퍼져 있지 않다고 진단했다. 반도체를 중심으로 한 수출 산업은 강한 반등을 보이지만, 다른 산업은 상대적으로 부진한 이른바 K자형 성장 양극화가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반도체 호황이 얼마나 오래 지속될지도 계속 살펴봐야 할 변수로 제시됐다.
대외 불확실성은 여전히 큰 부담으로 꼽혔다. 중동전쟁 장기화는 국제유가를 밀어 올려 물가 상승 압력을 키울 수 있고, 물류와 원자재 조달 차질로 공급망 불안도 다시 확대할 수 있다. 박석길 제이피모건 본부장은 물가와 관련해 정부의 안정 대책 효과와 원유 가격 상승 압력이 동시에 작용하고 있다며, 에너지발 인플레이션의 파급력은 아직 불확실하지만 정책 대응을 통해 일부 완화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는 지금의 회복세가 이어지더라도 외부 충격에 따라 체감 경기가 다시 흔들릴 수 있음을 시사한다.
간담회에서는 재정정책의 역할을 더 적극적으로 가져가야 한다는 주문도 나왔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연구본부장은 경기 보강이 필요한 분야에 추가경정예산을 신속히 집행해 재정의 경기 안정 기능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윤지호 비엔피파리바 본부장은 저성과 사업의 지출 구조조정을 통해 재정 효율성을 높여야 한다고 제언했다. 정책 당국은 경기 반등에 안주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조용범 예산실장은 올해 성장 흐름이 예상보다 양호하지만 중동전쟁 지속 등 하방 위험이 남아 있다며 긴장감을 늦추지 않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단기 반등을 넘어 성장잠재력을 높일 수 있도록 핵심 분야에 투자를 확대하겠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흐름은 앞으로 경기 회복의 속도보다 회복의 질을 어떻게 끌어올릴지가 정책의 핵심 과제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