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6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예상보다 뚜렷하게 낮아지면서, 최근 다시 커졌던 인플레이션 우려가 일단 한숨을 돌리게 됐다. 국제 유가가 빠르게 내린 영향이 직접 반영됐고, 중고차와 의류 같은 일부 재화 가격도 주춤하면서 전반적인 물가 압력이 예상보다 약해진 모습이다.
미국 노동부 노동통계국은 14일(현지시간) 6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지난해 같은 달보다 3.5% 올랐다고 밝혔다. 이는 5월의 4.2%보다 낮고, 다우존스가 집계한 시장 예상치 3.8%도 밑도는 수치다. 전월 대비로는 0.4% 하락해 예상치인 0.2% 하락보다 낙폭이 더 컸다. 월간 기준 하락 폭으로는 팬데믹 충격이 한창이던 2020년 4월 이후 가장 큰 수준이다.
이번 둔화의 가장 큰 배경은 에너지 가격 하락이다. 앞서 미국과 이란의 군사 충돌과 호르무즈 해협 봉쇄 여파로 3월 소비자물가의 전월 상승률이 0.9%까지 치솟았고, 4~5월에도 0.5~0.6% 수준을 보이며 물가 불안을 키웠다. 하지만 지난달 미·이란 간 종전 양해각서 체결 이후 국제 유가가 급락하면서 물가를 끌어올리던 압력이 약해졌다. 6월 에너지 가격은 전월 대비 5.7% 떨어졌고, 휘발유 가격은 9.7% 내렸다. 다만 지난해 같은 달과 비교하면 에너지 가격은 여전히 15.7% 오른 상태여서, 연간 물가 수준 자체를 낮추는 데는 한계가 있었다.
기조적인 물가 흐름을 보여주는 근원 소비자물가지수도 둔화했다. 에너지와 식품을 제외한 근원 CPI는 전년 동월 대비 2.6% 올라 5월의 2.9%보다 낮아졌고, 전월 대비로는 보합이었다. 시장에서는 각각 2.9%, 0.2% 상승을 예상했지만 실제 수치는 더 낮았다. 가격 변동성이 큰 품목을 뺀 이 지표가 안정됐다는 점은 일시적인 유가 효과 외에도 물가 전반이 다소 진정되고 있음을 시사한다. 실제로 중고차 및 트럭 가격은 전월 대비 0.2%, 의류 가격은 0.6% 내렸고, 에너지 서비스를 제외한 서비스 가격은 전월과 같은 수준에 머물렀다.
다만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는 아직 안심하지 않는 분위기다. 케빈 워시 연준 의장은 이날 하원 금융서비스위원회 청문회에 앞서 배포한 자료에서 높은 인플레이션을 용납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크리스토퍼 월러 연준 이사도 최근 근원 물가가 다시 높게 나오면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가 단기적인 긴축을 검토할 수 있다고 언급한 바 있다. 시장은 현재 연준이 7월 28~29일 회의에서는 기준금리를 현 3.50~3.75%로 동결한 뒤, 9월에 0.25%포인트 인상할 가능성을 보고 있다. 이날 물가 지표가 예상보다 약하게 나오자 미국 국채 금리는 하락했다. 트레이드웹에 따르면 미 동부시간 오전 9시 15분 기준 2년 만기 미국 국채 수익률은 4.19%로 전장보다 0.07%포인트 내렸고, 10년 만기 수익률도 4.58%로 0.03%포인트 하락했다. 다만 최근 국제 유가가 다시 급등한 만큼, 이번 물가 둔화가 일시적인 흐름인지 여부는 앞으로 몇 달간 에너지 가격과 근원 물가가 함께 안정되는지에 따라 판가름날 가능성이 크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