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증권은 삼성전자 노조의 총파업 우려가 주가에 상당 부분 반영된 만큼, 이제 시장의 관심은 노동 이슈보다 2026년 2분기 실적이 얼마나 강하게 개선되느냐로 옮겨가고 있다고 20일 진단했다.
KB증권 김동원 리서치본부장과 이창민·강다현 연구원은 최근 한 달 동안 삼성전자 주가 상승률이 경쟁사 대비 절반 수준에 머문 배경으로 파업 가능성과 성과급 산정을 둘러싼 불확실성을 꼽았다. 다만 이런 악재 인식은 이미 주가에 적지 않게 반영됐다고 평가했다. 삼성전자의 전날 종가가 27만5천500원인 상황에서, 증권가는 단기적인 노사 갈등보다 향후 실적 추정치가 상향 조정될 가능성에 더 무게를 두는 분위기다.
이 같은 판단의 근거로는 메모리 시장의 예상 밖 강세가 제시됐다. KB증권은 올해 2분기와 3분기 메모리 가격이 기존 시장 전망을 웃돌 가능성이 높다고 봤다. 특히 서버 D램과 기업용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 즉 기업 데이터 저장장치인 에스에스디를 중심으로 2분기 가격이 50% 이상 오르며 시장 기대를 크게 넘어설 수 있다고 추정했다. 메모리 반도체 가격 상승은 곧바로 반도체 업체의 수익성 개선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아, 실적 회복의 핵심 변수로 여겨진다.
배경에는 인공지능 확산에 따른 데이터센터 투자 경쟁이 있다. KB증권은 미국 빅테크 4사의 올해 설비투자가 지난해보다 77% 늘어난 7천250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예상했고, 내년에는 1조달러를 넘어설 수 있다고 전망했다. 토큰 사용량은 생성형 인공지능 서비스가 실제로 얼마나 많이 쓰이는지를 보여주는 지표인데, 1분기 증가 흐름을 감안하면 향후 6개월 안에 3배, 1년 안에 7배까지 확대될 수 있다고 봤다. 이에 따라 클라우드 사업자들이 메모리 용량 확보 경쟁에 나서고 있고, 현재는 인공지능 데이터센터 업체들이 전체 메모리 출하의 70%를 흡수하는 반면 고객사 수요 충족률은 60% 수준에 머물고 있다는 분석도 내놨다. 수요가 공급을 앞지르는 구조가 이어지고 있다는 뜻이다.
실적 전망도 강하게 제시했다. KB증권은 삼성전자의 2분기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19배 수준으로 늘어난 90조원, 영업이익률은 51%에 이를 것으로 예상했다. 이어 3분기부터는 분기 영업이익 100조원 달성도 가능하다고 봤다. 다만 이런 수치는 통상적인 시장 눈높이와 비교하면 상당히 높은 수준이어서, 실제 발표 과정에서 조정 가능성도 함께 지켜볼 필요가 있다. 그럼에도 핵심 메시지는 분명하다. 노사 갈등이라는 단기 불안 요인이 남아 있어도, 인공지능 수요 확대와 메모리 가격 상승이 이를 상쇄할 만큼 강한 실적 개선 동력이 되고 있다는 것이다.
KB증권은 여기에 더해 삼성전자가 2028년부터 2030년까지 장기공급계약을 추진하고 있다는 점에도 주목했다. 장기공급계약은 미리 주문을 확보한 뒤 생산 계획을 짜는 구조로 이어질 수 있어, 반도체 업종의 고질적인 실적 변동성을 줄이는 장치로 평가된다. 이 증권사는 올 하반기부터 이른바 선수주-후생산 구조로 전환되면 실적 가시성이 높아지고 투자자 불확실성이 줄어들면서 기업가치 재평가로 연결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목표주가 45만원과 투자의견 매수를 유지했다. 이 같은 흐름은 앞으로 삼성전자 주가가 노사 변수보다 인공지능발 메모리 호황과 장기 공급 안정성에 얼마나 힘입을 수 있는지에 따라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