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증시는 20일 삼성전자 노조의 총파업 가능성과 미국 금리 급등이라는 안팎의 부담이 겹치면서 변동성이 큰 흐름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전날 코스피는 244.38포인트(3.25%) 내린 7,271.66에 마감했다. 지난 6일 7,000선을 돌파한 뒤 종가 기준으로 가장 낮은 수준이다. 장 초반부터 7,425.66으로 밀려 출발한 데 이어 한때 7,141.91까지 떨어지며 7,100선도 위협받았다. 단기간에 주가가 빠르게 오른 뒤 차익 실현 매물이 나온 데다, 미국을 중심으로 글로벌 국채 금리가 급등하면서 투자 심리가 위축된 영향이 컸다. 특히 외국인은 유가증권시장에서 6조2천62억원을 순매도하며 9거래일 연속 매도 우위를 이어갔고, 기관도 5천276억원어치를 팔았다. 반면 개인은 5조6천298억원을 순매수하며 지수 하락을 일부 떠받쳤다.
시장 전체에 부담을 준 또 하나의 축은 삼성전자였다. 삼성전자는 유가증권시장에서 시가총액 비중이 약 27%에 이르는 대표 종목인 만큼 주가 움직임이 지수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 성과급 지급 기준과 제도화를 둘러싼 노사 대립이 길어지면서 투자자들의 경계심이 커졌고, 전날 삼성전자 주가는 1.96% 내린 27만5천500원에 거래를 마쳤다. SK하이닉스(-5.16%), SK스퀘어(-6.68%), 현대차(-8.90%), LG에너지솔루션(-1.96%) 등 시가총액 상위 종목도 대체로 약세를 보였다. 다만 시장에서는 노사 협상에 진전 가능성이 거론되면서 메모리 공급 차질 우려가 다소 누그러졌고, 인공지능(AI) 메모리 업황 기대가 반도체주 낙폭을 일부 줄이는 요인으로 작용했다는 해석도 나온다.
해외 변수도 여전히 민감하다. 간밤 미국 증시는 장기 국채 금리 급등 충격으로 다우존스30 산업평균지수가 0.65%,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가 0.67%, 나스닥 종합지수가 0.84% 각각 하락했다. 30년 만기 미국 국채 금리는 장중 5.197%까지 올라 2007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고, 10년 만기 국채 금리도 4.687%까지 오르며 2025년 1월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나타냈다. 시장금리가 뛴다는 것은 자금 조달 비용이 높아지고 주식의 상대 매력이 낮아진다는 뜻이어서 증시에 부담이 된다. 동시에 미국 연방준비제도가 기준금리를 더 올릴 수 있다는 전망도 강해지고 있다. 시카고상품거래소 페드워치에 따르면 12월까지 연준이 25bp(1bp=0.01%포인트) 이상 금리를 인상할 확률은 41.7%로 반영됐고, 50bp 인상 가능성도 일주일 전 4.7%에서 15.7%로 높아졌다.
원자재와 환율 흐름도 투자 심리를 압박하고 있다. 국제 유가는 4거래일 만에 소폭 내렸지만 브렌트유 7월물은 배럴당 111.29달러, 서부텍사스산원유(WTI) 6월물은 107.77달러로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에너지 가격이 높으면 기업 비용과 물가 부담이 함께 커질 수 있다. 원/달러 환율도 뉴욕 차액결제선물환 시장 기준으로 소폭 상승 신호를 보였다. 여기에 국내 증시를 간접적으로 보여주는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한국 지수 상장지수펀드(ETF)는 1.18% 내렸고, 신흥시장 지수 ETF도 1.09% 하락했다. 반면 필라델피아 반도체 지수는 0.03% 올라 반도체 업종에 대한 기대가 완전히 꺾인 것은 아니라는 신호를 남겼다.
이날 시장의 또 다른 분수령은 삼성전자 노사 협상이다. 노사는 20일 오전 10시부터 정부세종청사 중앙노동위원회에서 3차 사후 조정 회의를 비공개로 다시 연다. 중노위 조정안을 회사가 받아들이고, 이후 노조원 투표에서 잠정 합의안이 추인되면 총파업은 피할 수 있다. 반대로 회사가 조정안을 수용하지 않거나 노조 투표에서 부결되면 21일부터 총파업이 현실화할 수 있다. 증권가에서는 미국 금리 상승, 외국인 수급 불안, 반도체주 반등 기대, 급락 이후 저가 매수 유입 가능성이 한꺼번에 맞물린 만큼 당분간 시장이 크게 흔들릴 가능성을 보고 있다. 결국 이번 주 남은 기간에는 삼성전자 노사 협상 결과와 21일 예정된 엔비디아 실적, 미국 10년물 국채 금리의 진정 여부가 국내 증시 방향을 좌우할 핵심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