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원이 대형 여신전문금융회사와 저축은행의 책무구조도를 점검한 결과, 대표이사가 이사회 의장을 겸하거나 특정 임원에게 업무 성격이 다른 책임이 과도하게 몰리는 사례가 확인돼 내부통제 체계를 손질할 필요가 커졌다.
금감원은 21일 대형 여전사와 저축은행 52곳이 제출한 책무구조도를 분석하고 사전 컨설팅을 마쳤다고 밝혔다. 책무구조도는 금융회사에서 주요 업무의 최종 책임자를 미리 특정해 두는 제도로, 문제가 발생했을 때 책임 소재를 분명히 하고 내부통제가 형식에 그치지 않도록 하기 위한 장치다. 다음 달까지 도입해야 하는 대상은 자산총액 5조원 이상 여전사 24곳과 자산총액 7천억원 이상 저축은행 33곳인데, 이 가운데 22개 여전사와 30개 저축은행이 이번 시범운영에 참여했다. 참여율로는 91% 수준이다.
점검 결과를 보면, 일부 금융회사에서는 경영관리 담당 임원이 금융영업이나 전산시스템처럼 성격이 다른 업무까지 함께 맡고 있었다. 이렇게 되면 한 임원에게 책임이 지나치게 집중돼 실제 관리와 감독이 느슨해질 수 있다. 금감원은 임원의 전문성과 담당 책무의 관련성, 이해상충 가능성을 함께 따져 책임을 배분해야 한다고 봤다. 회사 규모나 조직 구조상 불가피한 경우에는 하위 임원이나 직원이 관리·감독과 의사결정을 나눠 맡는 방식도 검토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책무를 나누는 방식이 불명확한 점도 문제로 지적됐다. 여러 임원이 상품이나 서비스 종류별로 비슷한 업무를 나눠 맡으면서도 경계가 선명하지 않거나, 일부 책임 항목이 빠진 경우가 적지 않았다는 것이다. 또 책무구조도에 적힌 내용이 지나치게 추상적이어서 실제로 어떤 관리 의무를 지는지 파악하기 어려운 사례도 다수 발견됐다. 금감원은 같은 성격의 업무를 여러 임원에게 배분할 때는 중복이 없도록 구체적으로 구분하고, 상품만 다를 뿐 본질적으로 같은 책임이라면 빠짐없이 반영해야 한다고 안내했다.
특히 대표이사와 이사회 의장을 한 사람이 동시에 맡는 구조는 지난해 5월 금융투자회사와 보험사를 대상으로 한 시범운영에서도 주요 미비점으로 제시됐던 사안이다. 최고경영자와 이사회 의장의 역할이 분리되지 않으면 경영진을 감시하고 견제해야 할 이사회의 독립성이 약해질 수 있다는 점에서, 금감원은 이해상충을 막을 실효성 있는 내부통제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이는 최근 금융권 전반에서 사고 예방과 책임경영을 강화하려는 감독 방향과도 맞닿아 있다.
금감원은 이번 컨설팅 결과를 볼 때 앞으로 책무구조도 도입이 예정된 중소형 금융회사들도 실무상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이에 따라 도입 회사들의 의견을 추가로 듣고 실제 운영 현황을 점검해 애로사항과 미흡한 부분을 계속 보완할 계획이다. 컨설팅 결과를 받은 금융회사들은 7월 2일까지 개선한 책무구조도를 다시 제출해야 한다. 이 같은 흐름은 금융회사의 부담을 일정 부분 고려하면서도 고위 경영진의 책임을 더 분명히 하는 방향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