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공장에서 운영되는 제조 ERP(전사적 자원관리) 시스템은 단순한 기록관리 도구를 넘어, 공급망 전반의 운영을 조율하는 핵심 수단으로 자리 잡고 있다. 그러나 최신 ERP 시스템이 지나치게 기능이 많아지면서, 구축에 수년이 걸리고 결국 기대한 생산성 향상을 이루지 못하는 문제가 반복되고 있다. 이러한 병목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QAD는 구축 기간을 단 90일로 단축하는 새로운 접근방식을 제시하고 나섰다.

QAD 레드존의 오퍼레이션 및 고객 성공 총괄 잭 소스비(Zack Sosebee)는 최근 열린 QAD 제조업 챔피언 행사에서 기존 ERP 시스템의 실패 요인과 함께 QAD가 제안하는 90일 구축 전략을 설명했다. 그는 ERP가 기업의 경쟁력을 결정짓는 핵심 역량임에도 불구하고, 지나치게 많은 기능과 커스터마이징 요구들이 구축 속도를 현저히 늦추고 생산 현장을 둔감하게 만들고 있다고 지적했다.

소스비 총괄에 따르면 QAD는 기존 방식과 달리 ‘무엇을 할 것인가’가 아닌 ‘무엇을 하지 않을 것인가’를 먼저 정의함으로써, 고객에게 실질적 가치를 제공하는 부분에 역량을 집중한다. 불필요한 기능은 과감하게 배제하고, 실제 생산 라인에서 즉각적인 효과를 볼 수 있는 핵심 기능 중심으로 설계·구축해 속도와 효율성 모두를 추구하는 방식이다.

기존 ERP 시스템은 수천 가지 기능을 통합해 품질관리, 일정관리, 규정 준수 등 전 영역을 포괄하지만, 이 과정에서 컨설팅 단계부터 커스터마이징 요구가 쏟아지고, 시간이 지체되면서 구축 자체가 목적이 되어버리는 경우가 많다. 이에 대해 소스비는 “초기 도입 시 커스터마이징 범위를 최대한 줄이고, 필수적인 8~10개의 맞춤 기능만 선택한 뒤, 나머지는 론칭 이후 순차적으로 적용하는 전략을 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접근은 단순한 ERP 구축 기간 단축에 그치지 않는다. 소스비는 “결국 소프트웨어 자체보다 중요한 건 ‘사람’을 도구로 무장시키는 일”이라며, 공장 관리자와 현장 근로자들이 소프트웨어를 통해 마치 자신이 공장을 경영하듯 효율적으로 일할 수 있도록 동기를 부여하고 역량을 배양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ERP 시스템의 핵심이 단순한 기술 적용에서 ‘운영의 주체인 사람 강화’로 옮겨간다는 이 접근은 디지털 제조 혁신 과정에서 점점 더 주목받고 있다. 특히 도입 후 실제 생산성과 ROI를 빠르게 확인해야 하는 제조 분야에서 ‘빠른 가치 실현(speed-to-value)’은 이제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됐다.

QAD는 이처럼 단순화 전략과 사람 중심 설계를 결합한 구축 모델을 통해 ERP 시스템의 패러다임을 재편하고 있다. 현장 중심의 실용적 접근을 통해 ERP가 기업의 실질적 성장 엔진으로 작동하도록 만들겠다는 이들의 계획은 단기 도입을 넘어, 제조업의 근본적 혁신 시나리오로 주목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