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는 미지수다. 지금 암호화폐 거래소가 그렇다. 당신의 코인을 맡기면 그것은 보관되는 것이 아니라 운용된다. 이자를 주겠다는 약속 뒤에는 대출이 있고, 대출 뒤에는 레버리지가 있다. BIS는 통제를 말하고 워싱턴은 정의를 말한다. 서울은 아직 말하지 않았다. 토큰포스트는 이 전환의 실체를 5편에 걸쳐 추적한다. [편집자주]
■ 워싱턴이 9년 동안 못 한 것
2017년 SEC는 DAO 토큰이 증권이라고 판단했다. 2018년 CFTC는 비트코인이 상품이라고 주장했다. 두 기관은 같은 시장을 보면서 각자의 관할권을 주장했다. 그 사이 업계는 어느 규제를 따라야 하는지 알 수 없었다. 법원 판결이 쌓이고, 집행 조치가 누적되고, 기업들은 소송으로 규칙을 배웠다.
9년이 걸렸다. 그리고 2025년 7월, 하원은 294 대 134로 CLARITY Act를 통과시켰다.
이 법안이 하려는 것은 단순하다. 암호화폐가 무엇인지 정의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 정의에 따라 누가 관할하는지 결정하는 것이다. SEC가 투자계약 자산을 맡고, CFTC가 디지털 상품을 맡는다. 기능에 따라 관할을 나눈다.
9년간의 혼란을 끊는 한 줄이다.
■ 왜 정의가 중요한가
규제의 첫 번째 질문은 '어떻게 통제할 것인가'가 아니다. '무엇을 다루고 있는가'다. 그 답이 없으면 어떤 규제도 작동하지 않는다.
미국의 문제는 암호화폐를 기존 범주에 끼워 맞추려 했다는 것이다. SEC는 대부분의 토큰을 증권으로 봤다. 하위 테스트를 적용했다. 투자 계약이면 증권이다. 그런데 비트코인은 증권이 아니다. 이더리움은? SEC와 CFTC가 서로 다르게 답했다.
이 혼란이 만든 결과는 두 가지였다. 첫째, 기업들이 미국을 떠났다. 규칙이 없는 곳에서 사업할 수 없기 때문이다. 둘째, 규제 기관들이 집행으로 정책을 만들었다. 소송이 규칙이 됐다. 이것은 누구에게도 좋지 않다.
CLARITY는 이 구조를 바꾼다. 법이 먼저 정의를 내리고, 그 정의에 따라 규제가 따라온다. 순서가 바뀐다. 통제보다 명확화가 먼저다.
■ 법안의 핵심 구조
CLARITY Act의 골격은 세 층위로 이루어진다.
첫 번째 층위는 관할 분리다. CFTC가 디지털 상품을 관할한다. 비트코인·이더리움처럼 충분히 분산된 네트워크 위의 자산이다. SEC는 투자계약 자산을 관할한다. 중앙화된 주체가 발행하고 수익을 약속하는 토큰이다. 하나의 자산이 시간이 지나면서 증권에서 상품으로 전환될 수 있는 경로도 열어뒀다. 네트워크가 충분히 분산되면 SEC 관할에서 CFTC 관할로 넘어간다.
두 번째 층위는 거래소 규제다. 디지털 상품 거래소는 CFTC에 등록한다. 투자계약 자산 거래소는 SEC에 등록한다. 두 자산을 모두 취급하는 거래소는 두 기관 모두에 등록하거나, 각 자산 유형을 분리된 법인으로 운영한다. 이것이 현재 대형 거래소들의 사업 구조에 미치는 영향은 상당하다.
세 번째 층위가 이번 9개월 지연의 원인이었다. 스테이블코인 이자 지급 문제다.
■ 스테이블코인 이자: 타협의 내용과 한계
초기 상원 초안은 스테이블코인 이자 지급을 전면 금지했다. 은행권의 입장이었다. 스테이블코인이 이자를 주면 예금과 경쟁하고, 예금은 예금자보호제도의 적용을 받는 반면 스테이블코인은 그렇지 않다는 논리였다.
암호화폐 업계는 반발했다. 이자 지급 금지는 스테이블코인의 핵심 기능을 제거하는 것이며, 미국 외 플랫폼으로의 이탈을 가속화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3월에 나온 타협안은 중간 어딘가에 착지했다. 단순 보유에 대한 수동적 이자는 금지한다. 결제·송금 같은 실제 활동에 연동된 보상은 허용한다. 세부 정의는 법 통과 후 1년 안에 감독 당국이 만든다.
이 타협이 갖는 의미는 분명하다. 은행권의 핵심 우려를 수용하면서 업계의 최소 요구를 살렸다. 입법을 가로막던 가장 큰 장애물이 제거됐다.
그런데 새로운 문제가 생겼다. 타협이 해소하려 했던 모호함이 타협안 안에 그대로 남아 있다. '활동 기반 보상'과 '수동적 이자'의 경계를 누가, 어떻게 정의하는가. 그 답이 나오기 전까지 기업들은 제품을 설계할 수 없다. 규제 공백이 법 이전에서 법 이후로 이동했을 뿐이다.
■ 4월이 마지막 창문인 이유
상원 금융위원회 위원장 팀 스콧은 4월 하순 마크업을 목표로 제시했다. 부활절 휴회 이후 일정이다.
시간의 논리는 단순하다. 마크업이 통과되면 5~6월 본회의 표결이 가능하다. 7월 이후 중간선거 캠페인이 시작되면 논란이 될 수 있는 법안은 의사일정 뒤로 밀린다. 8월 하계 휴회 이후에는 입법 공간이 사실상 닫힌다. 11월 중간선거가 끝나야 다시 열린다.
4월 마크업을 놓치면 다음 기회는 2027년이다.
그 사이 EU MiCA는 완전 시행 중이다. 홍콩은 스테이블코인 라이선스 첫 승인을 내줬다. 러시아는 디지털 루블 도입을 9월부터 의무화한다. 자본은 명확성을 향해 움직인다. 미국이 주저하는 동안, 그 명확성은 다른 곳에서 만들어지고 있다.
■ CLARITY가 한국에 미치는 압력
CLARITY가 통과되면 한국에 직접적인 압력이 온다. 세 가지 경로다.
첫 번째는 달러 스테이블코인 생태계 확장이다. CLARITY는 달러 스테이블코인의 법적 지위를 명확히 하고 활동 기반 보상을 허용한다. 제도적 뒷받침을 받은 달러 스테이블코인이 글로벌 결제 인프라로 확산되면, 원화 디지털 자산의 설 자리는 좁아진다.
두 번째는 기업 이동이다. 미국이 명확한 규칙을 갖추면 그동안 싱가포르·홍콩·두바이에 법인을 둔 기업들이 미국으로 이동하기 시작한다. 한국 기업들도 예외가 아니다. 규제 명확성이 없는 곳에서 규제 명확성이 있는 곳으로의 이동은 자본과 인재를 동시에 빼간다.
세 번째는 규제 기준선이다. CLARITY가 통과되면 디지털 자산의 글로벌 규제 기준선이 미국 법으로 설정된다. EU MiCA에 이어 두 번째 주요 기준선이다. 한국이 자체 프레임워크를 갖추지 못하면 외부에서 만들어진 기준을 사후에 따라가는 처지가 된다.
■ 통제와 명확화, 어느 쪽이 옳은가
BIS는 통제를 말한다. 거래소를 은행처럼 묶어라. 자본 요건을 부과하라. 유동성 완충을 요구하라. CLARITY는 명확화를 말한다. 무엇인지 정의하라. 누가 관할하는지 결정하라. 그 안에서 작동하게 하라.
두 접근은 충돌하지 않는다. 다른 층위에서 작동한다. CLARITY가 관할과 정의를 해결하면, BIS가 요구하는 건전성 규제는 그 위에 쌓일 수 있다. 문제는 순서다. 무엇인지 모르는 것을 어떻게 규제하는가. 미국은 먼저 정의하고 그다음 규제하겠다고 답했다.
그런데 이 순서도 완벽하지 않다. 정의가 완성되는 동안 시장은 계속 움직인다. 2편에서 살펴본 Earn 프로그램의 구조적 위험은 CLARITY가 통과돼도 즉시 해소되지 않는다. 관할이 명확해진다고 해서 거래소가 자발적으로 자본 완충을 쌓는 것은 아니다.
그래서 다음 질문이 남는다. 규제가 필요하다는 것은 알겠다. 그런데 은행 수준의 규제가 이 산업에 맞는가. 그 규제가 혁신을 죽이면 어떻게 되는가.
다음 편은 그 반론이다.
1편 — BIS가 거래소를 은행이라 불렀다
2편 — 당신의 Earn 계좌는 예금이 아니다
3편 — 미국은 통제 대신 정의를 택했다
4편 — 규제가 혁신을 죽인다면
5편 — 한국의 선택
<저작권자 ⓒ TokenPost,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