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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은행] ② 당신의 Earn 계좌는 예금이 아니다 — 약관이 숨긴 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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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관을 읽으면 보인다. 고객이 동의 버튼을 누르는 순간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국내 거래소는 다른가.

 [X은행] ② 당신의 Earn 계좌는 예금이 아니다 — 약관이 숨긴 진실

X는 미지수다. 지금 암호화폐 거래소가 그렇다. 당신의 코인을 맡기면 그것은 보관되는 것이 아니라 운용된다. 이자를 주겠다는 약속 뒤에는 대출이 있고, 대출 뒤에는 레버리지가 있다. BIS는 통제를 말하고 워싱턴은 정의를 말한다. 서울은 아직 말하지 않았다. 토큰포스트는 이 전환의 실체를 5편에 걸쳐 추적한다. [편집자주]

아무도 읽지 않는 문서가 모든 것을 결정한다

암호화폐 거래소의 Earn 또는 Yield 프로그램에 가입할 때 대부분의 사람은 약관을 읽지 않는다. 예상 수익률 숫자를 확인하고, 동의 버튼을 누른다. 연 5%, 연 8%, 어떤 경우에는 두 자릿수. 은행 예금 금리와 비교하면 매력적이다.

그런데 그 동의 버튼 뒤에 무슨 문장이 있는지 아는 사람은 거의 없다.

BIS 금융안정연구소는 2025년 11월부터 2026년 3월까지 바이낸스·바이비트·크라켄·비트판다·코인베이스·크립토닷컴·MEXC·OKX의 약관을 직접 분석했다. 결론은 하나였다. 대부분의 Earn 프로그램에서 고객이 동의 버튼을 누르는 순간, 자산의 소유권은 고객에게서 거래소로 이전된다.

이것은 수탁이 아니다. 대출이다. 고객은 거래소의 채권자가 된다.

약관이 말하는 것

바이낸스 Simple Earn 약관은 이렇게 쓰여 있다. 고객은 바이낸스 그룹이 Simple Earn 자산을 약관에 명시된 방식으로 사용하는 것에 무조건적·취소 불가능하게 동의하고 필요한 모든 권리를 부여한다. 더 나아가 Simple Earn 자산은 바이낸스의 단독 재량으로 사전 통지 없이 운영 목적에 사용될 수 있으며, 다른 사용자 자산과 혼합 보관된다. 고객은 특정 자산을 회수할 권리를 갖지 않는다.

바이비트 Easy Earn은 다르지 않다. 고객 자산은 다른 사용자 자산과 통합되며, 고객은 바이비트가 수익 창출을 위해 적절하다고 판단하는 방식으로 자산을 거래할 수 있는 권한을 취소 불가능하게 부여한다.

크라켄은 더 직접적이다. Opt-in Rewards Program 약관은 "고객은 자산을 크라켄에 대여하고 크라켄은 이를 차입한다. 소유권과 통제권은 비수탁 방식으로 크라켄에게 이전된다"고 명시한다.

비트판다 Earn on Stablecoins는 법률 문서처럼 쓰여 있다. 각 적립 거래는 현물 무담보 대출이며, 자산은 비트판다 명의로 비트판다 계정에 이전된다. 적립 기간 동안 고객은 해당 자산을 인출·스테이킹·양도할 수 없으며 자산에 대한 통제권을 갖지 않는다.

네 개 거래소, 네 개의 약관. 구조는 하나다. 고객이 맡겼다고 생각한 자산은 사실 빌려준 것이다.

셀시우스가 증명한 것

이것이 이론적 위험이 아니라는 것을 2022년이 증명했다.

셀시우스 네트워크는 Earn 프로그램을 운영했다. 마케팅은 "더 안전하고 더 많은 수익을 주는 은행"이었다. 고객들은 코인을 맡겼다. 높은 이자를 받았다. 그리고 2022년 6월, 셀시우스는 모든 출금을 중단했다.

파산 법원의 판결은 명확했다. Earn 프로그램 이용자들은 수탁 고객이 아니다. 이들은 셀시우스에 자산을 빌려준 일반 무담보 채권자다. 약관이 그렇게 쓰여 있었기 때문이다. 법원은 약관대로 판결했다.

셀시우스가 파산을 신청했을 때 대차대조표에는 10억 달러 이상의 구멍이 있었다. 고객들은 자신의 코인을 돌려받지 못했다. 그들이 서명한 약관이 그 결과를 이미 예고하고 있었다.

BIS 보고서가 확인한 것은, 현재 운영 중인 주요 거래소들의 Earn 약관이 구조적으로 셀시우스와 동일하다는 점이다.

국내 거래소는 다른가

한국의 투자자라면 당연히 이 질문을 해야 한다. 국내 거래소는 다른가.

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은 2024년 시행되면서 고객 자산 분리 보관을 핵심 의무로 규정했다. 거래소는 고객 자산의 80% 이상을 콜드월렛에 보관해야 하고, 고객 자산과 거래소 자산을 분리해야 한다.

그런데 여기에 결정적인 빈틈이 있다. 분리 보관 의무는 수탁 자산에 적용된다. 고객이 Earn·스테이킹·대출 프로그램에 자발적으로 동의하면, 그 자산은 더 이상 수탁 자산이 아니다. 고객이 소유권을 거래소에 이전하는 데 동의했기 때문이다.

국내 주요 거래소들의 스테이킹·Earn 서비스 약관을 보면 자산 운용 권한을 거래소에 위임하는 구조가 포함돼 있다. 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이 보호하는 것은 그 동의 이전의 자산이다. 동의 이후는 보호 범위 밖이다.

셀시우스의 고객들도 동의했다. 그리고 법원은 그 동의를 그대로 집행했다.

거래소가 그 돈으로 하는 일

고객이 이전한 자산으로 거래소는 무엇을 하는가. BIS 보고서는 이를 네 가지로 정리한다.

마진 대출이 첫 번째다. Earn으로 조성한 자금으로 다른 고객에게 레버리지 대출을 집행한다. 일부 거래소는 소매 투자자에게 최대 150배 레버리지를 제공한다. 파생상품 유동성 공급이 두 번째다. 무기한 선물 시장의 유동성을 Earn 자금으로 충당한다. DeFi 배치가 세 번째다. Aave·Compound 같은 DeFi 프로토콜에 고객 자산을 예치해 추가 수익을 낸다. 자기계정 운용이 네 번째다. 시장조성·자기매매에 고객 자산이 섞인다.

이 모든 과정에서 고객에게 고지되는 것은 "예상 수익률"뿐이다. 자산이 어디에 배치되는지, 어떤 리스크에 노출되는지, 거래소의 자본 상태가 어떤지 — 대부분의 대형 MCI는 재무제표를 공개하지 않는다.

2025년 10월 10일 플래시 크래시에서 190억 달러의 파생상품 포지션이 30분 만에 청산됐을 때, 그 레버리지를 공급한 자금의 일부는 Earn 프로그램 고객들의 자산이었다.

동의는 면죄부가 아니다

거래소들은 말할 것이다. 고객이 동의했다고. 약관에 명시돼 있다고.

그 논리가 맞다. 법적으로는 그렇다. 셀시우스 파산 법원도 그렇게 판결했다. 그런데 바로 그것이 문제다. 법이 약관의 편이라는 사실이, 투자자 보호의 공백을 만든다.

BIS 보고서가 지적하는 핵심은 여기 있다. 동의는 리스크를 이전시키지만, 리스크를 제거하지는 않는다. 거래소가 고객 자산으로 150배 레버리지 대출을 집행하고, 그 레버리지가 시장 충격에 폭발할 때, 피해는 동의한 고객에게 돌아온다. 그런데 그 거래소에는 손실을 흡수할 자본 완충이 없다. 유동성 위기를 버틸 장치가 없다. 중앙은행 창구도 없다.

은행이라면 이 모든 것이 있다. 거래소는 은행처럼 작동하면서 은행의 의무는 지지 않는다.

독자에게 드리는 세 가지 질문

지금 Earn·스테이킹·이자 프로그램을 이용하고 있다면 세 가지를 확인하기 바란다.

첫째, 약관에 "소유권 이전" 또는 "대출" 문구가 있는가. 있다면 당신은 수탁 고객이 아니라 채권자다. 거래소가 망하면 당신은 무담보 채권자로 파산 절차에 들어간다.

둘째, 거래소가 재무제표를 공개하는가. 당신의 자산을 빌려간 기관의 재무 상태를 확인할 수 없다면, 당신은 눈 감고 돈을 빌려주는 것이다.

셋째, 출금 제한 조항이 있는가. 많은 약관이 거래소에 출금 중단 권한을 부여한다. 셀시우스가 그 조항을 실행했다. 다음 편에서 미국이 이 구조를 어떻게 법으로 다루려 하는지를 살펴본다.


1편 — BIS가 거래소를 은행이라 불렀다

2편 — 당신의 Earn 계좌는 예금이 아니다

3편 — 미국은 통제 대신 정의를 택했다

4편 — 규제가 혁신을 죽인다면

5편 — 한국의 선택

본 기사는 시장 데이터 및 차트 분석을 바탕으로 작성되었으며, 특정 종목에 대한 투자 권유가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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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04.23 22:26: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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