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더리움 재스테이킹 인프라 ‘아이겐레이어(EigenLayer)’ 포럼에서 ELIP-018 초안이 논의되며, 재스테이킹 자산을 ‘되돌릴 수 없는’ 방식으로 종료하는 RETIRE 프레임워크가 주목받고 있다. 아직 DAO 승인이나 구현은 이뤄지지 않았지만, 복잡해진 재스테이킹 구조에서 안전한 출구를 어떻게 설계할지가 핵심 의제로 떠올랐다.
이번 제안은 ‘Retirement Enabling Terminal, Irreversible Restaking Exit’의 약자로, 특정 재스테이킹 포지션을 완전 종료할 수 있는 절차를 마련하는 것이 목적이다. 슬래싱(부정행위 시 자산 삭감) 위험을 불필요하게 건드리지 않으면서, 참여자가 책임과 노출을 명확히 끝낼 수 있도록 하겠다는 의미다.
재스테이킹은 예치한 자산을 다시 활용해 추가 서비스를 보호하는 구조로, 자본 효율성과 보안 연계를 높일 수 있다. 하지만 스테이커, 운영자, AVS(활성 검증 서비스), 슬래싱 규칙, 출금 경로가 얽히면서 종료 시점과 책임 범위가 불명확해질 수 있다. 이 때문에 ‘어떻게 나갈 것인가’가 ‘어떻게 참여할 것인가’만큼 중요해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RETIRE 프레임워크는 이런 혼선을 줄이기 위해 ‘영구적 종료’에 초점을 맞춘다. 한 번 해당 경로를 선택하면 임시 상태가 아니라 최종 이탈로 간주해, 시스템 내부에서 활성 여부가 엇갈리는 상황을 최소화하겠다는 구상이다. 복잡한 스테이킹 구조에서는 이런 정합성이 곧 신뢰로 이어진다.
시장 관점에서도 출구 설계는 중요하다. 종료 절차가 불명확하면 이용자는 예기치 않은 패널티를 우려해 참여를 주저할 수 있고, 반대로 출구가 너무 느슨하면 보안 약화 우려가 커진다. ELIP-018은 재스테이킹의 확장성과 사용자 보호 사이에서 균형점을 찾으려는 시도로 읽힌다.
다만 이번 논의는 어디까지나 초안 단계다. 아이겐레이어 커뮤니티는 RETIRE가 실제로 필요한지, 기존 출금·슬래싱 규칙과 충돌하지 않는지, 예외 상황을 충분히 반영하는지 검토해야 한다. 지금 시점에서 중요한 것은 기능 출시가 아니라 설계 방향에 대한 공론화다.
아이겐레이어는 성장 단계에서 시스템 설계 단계로 이동하고 있다. 이제는 토큰 유인이나 네트워크 확장보다, 출구·책임·슬래싱 같은 구조적 질문이 더 중요해졌다. 결국 재스테이킹 시장에서 장기 신뢰를 좌우하는 것은 진입의 편의성만이 아니라, 복잡한 상황에서도 얼마나 명확하게 빠져나올 수 있느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