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는 미지수다. 지금 암호화폐 거래소가 그렇다. 당신의 코인을 맡기면 그것은 보관되는 것이 아니라 운용된다. 이자를 주겠다는 약속 뒤에는 대출이 있고, 대출 뒤에는 레버리지가 있다. BIS는 통제를 말하고 워싱턴은 정의를 말한다. 서울은 아직 말하지 않았다. 토큰포스트는 이 전환의 실체를 5편에 걸쳐 추적한다. [편집자주]
■ 규제를 가장 원하는 쪽은 누구인가
2019년, 브라이언 암스트롱 코인베이스 CEO는 미국 의회에서 암호화폐 규제 명확화를 촉구했다. 2021년, 바이낸스는 각국 규제 당국과의 협력 의지를 공개적으로 밝혔다. 2023년, FTX 붕괴 이후 대형 거래소들은 일제히 "강력한 규제가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상하지 않은가. 규제를 받을 당사자들이 규제를 요구한다.
이유는 단순하다. 규제는 비용이다. 그 비용을 감당할 수 있는 기업과 감당할 수 없는 기업을 나눈다. 자본 요건, 유동성 완충, 연결 감독, 스트레스 테스트 — 이 모든 것을 갖출 수 있는 곳은 바이낸스·코인베이스·크라켄이다. 나머지는 퇴출된다.
규제의 수혜자는 규제를 가장 크게 받는 쪽이다. 이것이 금융 규제의 역사가 반복적으로 보여준 패턴이다. 그리고 지금 암호화폐 시장에서 그 패턴이 다시 작동하려 한다.
■ 은행 수준 규제의 실제 비용
BIS가 요구하는 것을 구체적으로 보자.
자본 요건이다. 마진 대출·파생상품·자기계정 거래에 대해 바젤 위원회 기준에 준하는 자본을 쌓아야 한다. 대형 글로벌 은행들이 수십 년에 걸쳐 구축한 자본 구조를 암호화폐 거래소가 단기간에 갖춰야 한다는 의미다. 규모가 작은 거래소에게 이것은 사실상 불가능한 요구다.
유동성 완충이다. Earn 프로그램 규모에 비례해 고유동성 자산을 보유해야 한다. 바젤 위원회의 유동성커버리지비율(LCR) 프레임워크를 적용하되, 암호화폐 특성에 맞게 수정해야 한다. 어떤 암호화폐가 고유동성 자산으로 인정받는지 자체가 새로운 논쟁을 만든다.
연결 감독이다. 100개 이상 국가에서 운영되는 MCI를 단일 감독 체계로 묶으려면 국가 간 협력이 필요하다. 이것은 몇 년이 걸리는 작업이다. 그 사이 규제를 피하려는 구조 재편이 일어난다.
스트레스 테스트다. 암호화폐 시장의 변동성은 전통 금융과 다르다. 하루 30% 하락이 발생하는 시장에서 어떤 시나리오를 스트레스 테스트의 기준으로 삼는가. 2025년 10월 플래시 크래시 같은 사건이 기준이 되는가, 아니면 2022년 루나 붕괴 같은 사건이 기준이 되는가.
이 모든 요건을 동시에 충족할 수 있는 거래소는 전 세계에 몇 개 없다. 바이낸스, 코인베이스, 크라켄 정도다. 나머지 200개가 넘는 중앙화 거래소들은 규제 비용을 감당하지 못하고 문을 닫거나 규제가 없는 곳으로 이동한다.
■ Earn 금지가 개인 투자자에게 미치는 것
BIS 보고서는 Earn 프로그램이 사실상 예금과 동일한 구조라고 지적한다. 그 논리대로라면 Earn 프로그램은 예금처럼 규제받아야 한다. 은행처럼 예금자보호를 제공하거나, 아니면 Earn 자체를 금지해야 한다.
두 번째 경로가 현실적이라면 어떻게 되는가.
연 5~15%의 수익을 제공하던 Earn 프로그램이 사라진다. 그 수익을 활용하던 개인 투자자들은 대안을 찾아야 한다. 선택지는 세 가지다. 전통 금융으로 돌아가 연 2~3% 예금 금리를 받는다. 규제를 받지 않는 해외 플랫폼을 이용한다. DeFi 프로토콜에 직접 접속한다.
첫 번째는 수익 감소다. 두 번째는 규제 강화의 역설 — 규제가 투자자를 더 위험한 곳으로 내몬다. 세 번째는 진입 장벽 문제다. 아베·컴파운드 같은 DeFi 프로토콜을 직접 이용하는 것은 일반 개인 투자자에게 쉽지 않다. 거래소의 Earn 프로그램은 DeFi의 수익을 개인 투자자가 접근 가능한 형태로 포장한 것이기도 했다.
규제가 그 포장을 제거하면, 접근 가능한 수익 창출 수단을 가진 쪽과 그렇지 못한 쪽의 격차가 벌어진다. 이것은 금융 포용의 문제다.
■ 시장 집중의 역설
전통 금융 규제의 역사를 보면 패턴이 있다. 규제가 강화될 때마다 시장은 집중됐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강화된 바젤 III 규제는 대형 은행의 시장 지배력을 오히려 높였다. 중소 은행들이 규제 비용을 감당하지 못하고 통폐합됐기 때문이다.
암호화폐 시장에서 같은 일이 일어난다면 어떻게 되는가. 바이낸스는 현재 글로벌 중앙화 거래소 현물 거래량의 약 39%를 점유한다. 상위 10개 거래소가 전체의 90%를 차지한다. BIS식 규제가 관철되면 이 집중도는 더 높아진다.
그 결과는 무엇인가. 바이낸스·코인베이스가 '규제받는 대형 플레이어'로 공식화되는 동시에 경쟁자가 사라진다. 수수료는 오른다. 혁신은 느려진다. 새로운 사업 모델이 등장할 공간이 줄어든다.
아이러니는 여기 있다. 규제의 명분은 소비자 보호였다. 그런데 규제의 결과는 소비자 선택지 축소와 비용 증가다.
■ 150배 레버리지는 문제인가
BIS 보고서에서 가장 자주 인용되는 숫자는 150이다. 일부 거래소가 소매 투자자에게 제공하는 최대 레버리지 배율이다. 보고서는 이것을 위험의 상징으로 제시한다.
반론이 있다. 150배 레버리지를 실제로 사용하는 투자자는 전체의 극히 일부다. 대부분의 소매 투자자는 낮은 레버리지를 사용하거나 현물 거래만 한다. 레버리지 제한은 위험을 줄이는가, 아니면 선택지를 줄이는가.
전통 금융에서도 레버리지는 존재한다. 부동산 담보대출은 5배에서 10배 레버리지다. 주식 신용거래는 2.5배까지 허용된다. 파생상품 시장에서는 훨씬 높은 레버리지가 기관 투자자에게 허용된다. 암호화폐만 예외적으로 위험하다고 보는 것이 맞는가.
물론 차이는 있다. 암호화폐는 24시간 거래되고, 변동성이 극단적이며, 소매 투자자의 비중이 높다. 2025년 플래시 크래시에서 190억 달러가 30분 만에 청산됐을 때 그 대부분은 레버리지 포지션이었다. 레버리지가 위험을 증폭시킨다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레버리지 제한이 답인가, 아니면 레버리지를 사용하는 투자자가 리스크를 충분히 이해하도록 하는 것이 답인가. 이 질문에 대한 답은 규제 철학의 문제이기도 하다.
■ 규제 차익이라는 현실
BIS 규제가 일부 국가에서만 시행된다면 어떻게 되는가. 이미 답은 나와 있다.
엄격한 규제를 받는 국가의 거래소는 비용이 높아진다. 규제가 없거나 느슨한 국가의 거래소는 그 비용이 없다. 투자자들은 더 높은 수익을 주는 플랫폼으로 이동한다. 자본이 규제 밖으로 빠져나간다.
이것은 이론이 아니다. 한국에서 이미 일어났다. 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 시행 이후 일부 투자자들이 국내 거래소 대신 해외 거래소를 이용하기 시작했다. 규제가 강화될수록 규제 밖 플랫폼의 매력이 높아지는 역설이다.
글로벌 규제 수렴이 이루어지지 않는 한, 어느 한 국가의 강력한 규제는 자본 이탈을 만들 뿐이다. BIS도 이 점을 인정한다. 보고서는 국경 간 감독 협력이 필수라고 강조하면서도, 현재 대부분의 국가에서 양자 정보 공유조차 비정기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고 인정한다.
규제의 필요성과 규제의 실효성 사이의 간극이 여기 있다.
■ 그렇다면 아무것도 하지 말아야 하는가
이 편의 논지가 규제 반대론으로 읽힐 수 있다. 그것은 오독이다.
2편에서 확인했듯, Earn 프로그램의 구조적 위험은 실재한다. 고객은 자신이 무담보 채권자가 된다는 사실을 모른다. 150배 레버리지가 시장 충격을 증폭시킨다는 것은 데이터가 증명한다. 거래소가 재무제표를 공개하지 않는다는 것은 투명성의 심각한 결함이다.
문제는 규제가 필요한가가 아니다. 어떤 규제가, 어떤 순서로, 어느 수준에서 이루어져야 하는가다.
BIS가 제시하는 은행 수준 건전성 규제는 목표로서는 타당하다. 그런데 그것이 유일한 경로인가. CLARITY처럼 먼저 정의하고 그다음 규제하는 방식은 다른 경로를 제시한다. 두 가지를 혼합하는 방식도 있다. 레버리지 제한과 공시 의무 같은 활동 기반 규제를 먼저 도입하고, 건전성 규제는 단계적으로 적용하는 것이다.
어느 경로를 택하든, 한 가지는 분명하다. 규제의 설계가 잘못되면 혁신은 죽고 독과점은 강화되며 투자자는 더 위험한 곳으로 내몰린다. 규제는 목적이 아니라 수단이다. 그 수단이 목적을 달성하는지 끊임없이 물어야 한다.
그 질문을 서울에 던지는 것이 마지막 편이다.
1편 — BIS가 거래소를 은행이라 불렀다
2편 — 당신의 Earn 계좌는 예금이 아니다
3편 — 미국은 통제 대신 정의를 택했다
4편 — 규제가 혁신을 죽인다면
5편 — 한국의 선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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