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SAC 2025, AI 보안 해법은 '기술' 아닌 '사람 중심' 워크플로우

AI와 보안이 첨예하게 충돌하는 현장에서도 여전히 궁극적 과제는 ‘효율적인 워크플로우 개선’에 있음을 보여준 것이 올해 제34회 RSA 컨퍼런스(RSAC 2025)의 핵심 메시지였다. 4만4,000여 명이 참가한 이번 컨퍼런스에서 업계 각지의 전문가와 기업은 AI 기술의 가능성과 한계, 그리고 이를 어떻게 보안 현장에 실용적으로 통합할 수 있을지에 대해 목소리를 모았다.

RSAC 2025의 주제는 ‘다양한 목소리, 하나의 공동체’였으며, 이는 AI 위협이라는 공통된 과제 앞에 업계 전반의 협업이 필요함을 강조하는 의도로 해석된다. 특히 눈에 띈 것은 AI 기반 위협 대응 기술과 더불어, 보안 운영의 효율화를 위한 자동화 도구, 고도화된 탐지 및 복원 솔루션 등 보안 생태계 전반에서 균형 있는 발전을 꾀하는 접근이었다.

실제 주요 참가 기업들은 하이브리드 클라우드 환경에 걸맞은 보안 기능 강화에 집중했다. 오픈텍스트는 자사 플랫폼 'Core TDR'에 머신러닝을 접목해 내부자 위협 탐지를 고도화했으며, 체크막스는 AI 에이전트를 통해 개발 단계에서 잠재적 위협을 즉시 식별하는 ASPM 제어 기술을 선보였다. Netacea는 OWASP와 협력한 BLADE 프레임워크로 진보된 자동화 공격 탐지 기반을 마련했고, 브랜드쉴드는 외부 위협을 실시간 모니터링하며 위조 및 피싱 대응 역량을 고도화하고 있다.

한편, 보안 시장의 새로운 전장은 브라우저와 SaaS 이용 패턴을 추적하는 데서도 감지된다. 미러탭과 라스트패스는 각각 화면 파악 AI 차단 기술과 일명 ‘그림자 AI’ 탐지를 통해 개인과 기업의 데이터 노출을 예방하고, 넷아크스는 영상 호출 중 혈류를 통한 신원확인 기술로 이중, 삼중 인증의 한계를 보완해 주목을 받았다.

더 깊은 층에서는 제로트러스트 네트워크 하에서 AI 거버넌스와 정책 감시 체계 구축이 이뤄지고 있었다. 제니티와 투핀, 레드씰은 각각 내부 AI 모델의 불법 학습 여부 탐지, 정책기반 보안토폴로지 양방향 진단, 위협 경로 시각화에 초점을 맞췄다. 이들은 모두 정책 통합과 가시성 확보를 통해 AI 기반 보안 도구가 얼마나 신뢰성 있게 작동할 수 있는지를 검증하고자 한다.

AI 보안의 또 다른 축은 공격 시뮬레이션과 지속적 검증이다. 브라이트 시큐리티는 LLM을 악용한 신종 공격 벡터를 탐지하는 보안 테스트 도구를 제공하며, 코발트와 세이프브리치는 사람의 창의성과 알고리즘의 자동화를 병행해 보안 대응 전략을 강화하고 있다. 클라우드레인지의 경우 IBM과 협력해 사이버 캠퍼스를 조성, 실전 공격 시뮬레이션을 통한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인재 양성에도 주력 중이다.

AI 기술이 날로 고도화됨에 따라 사이버 공격 또한 지능적으로 진화하고 있지만, 이를 무력화하기 위한 대응책은 결국 사람의 경험과 협력이 뒷받침되어야 진정한 효과를 발휘할 수 있다. AI가 보완하는 영역은 분명하나 모든 문제를 해결할 해결사는 아니라는 점이 RSAC 2025 전반에 흐르는 현실적 메시지였다.

AI 보안 시장이 성숙해지기 위해선 기술력뿐만 아니라 투명성, 정책 기반 책임론, 그리고 ‘사람 중심’의 보안 프로세스 정립이 병행되어야 한다. 진짜 문제 해결은 경계 너머에서 역할을 분담하는 수많은 사람들의 손끝에서 이뤄질 수 있음을 다시금 일깨우는 자리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