앤트로픽이 최신 인공지능 모델 ‘클로드 오퍼스 4(Claude Opus 4)’를 공개하면서 AI 산업의 판도를 뒤흔들고 있다. 이번 모델은 무려 일곱 시간 동안 끊김 없이 코딩에 몰두하는 능력을 입증했으며, 복잡한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링 기준 시험인 SWE-Bench에서 72.5%라는 역대 최고 점수를 기록했다. 이는 올해 4월 공개된 오픈AI의 GPT-4.1이 기록한 54.6%를 훌쩍 뛰어넘는 수치로, 기업용 AI 시장에서 앤트로픽의 입지를 한층 강화하는 계기가 됐다.
클로드 오퍼스 4는 일본의 전자상거래 기업 라쿠텐이 진행한 오픈소스 리팩토링 프로젝트에서 일곱 시간을 내내 집중력을 유지하며 인간 개발자 수준의 지속적인 작업이 가능한 것을 실증했다. 기존 AI 모델들이 수 분 내외의 짧은 주의 집중 기간을 가졌던 것과 비교하면 비약적인 진보다. 덕분에 AI는 단순 질의응답 도구를 넘어 하나의 ‘협업 파트너’로 급부상하고 있다.
AI 업계는 올해 들어 이른바 ‘추론 중심 모델’로 급격히 방향을 틀었고, 그 중심에 앤트로픽과 클로드 시리즈가 있다. 지난해 말 오픈AI가 발표한 o 시리즈를 기점으로 구글의 제미니 2.5, 딥시크의 R1과 같은 모델들도 창의적인 문제 해결 능력을 강화하며 추론 기능을 핵심 경쟁력으로 내세우고 있다. 실제로 Poe의 최신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초 기준 전체 AI 사용자의 10%가 이런 추론형 모델을 활용하고 있으며, 이는 지난해 말의 2% 대비 다섯 배나 증가한 수치다.
이러한 성과의 핵심은 클로드 모델이 도구 사용까지 추론 과정에 통합한 점이다. 기존 모델이 정보를 먼저 수집한 뒤 분석했다면, 클로드는 작업 중에 자동으로 데이터를 검색하고 이를 실시간으로 분석에 반영한다. 이 결과 도메인 전문가처럼 연속적인 학습과 업무 수행이 가능해졌다는 평가를 받는다.
속도와 깊이를 모두 만족시키는 하이브리드 구조 역시 주목할 만하다. 간단한 질문에는 즉각적인 응답을, 복잡한 문제에는 시간과 자원을 집중 투입해 다양한 요구사항을 동시에 충족시킨다. 특히 메모리 지속성 기능은 클로드 4 모델이 과거 문서에서 추출한 정보를 요약 정리해, 세션이 변경되더라도 이를 기억하고 활용할 수 있게 한다. 장기 프로젝트에서 AI의 일관성과 효율을 높이는 핵심 기술이다.
이러한 기술 진보는 AI 시장의 경쟁도 한층 치열하게 만들고 있다. 오픈AI가 GPT-4.1을 내놓은 지 불과 5주 만에 앤트로픽이 이를 능가하는 성능을 발표했으며, 구글은 제미니 라인업을 업데이트하고 메타는 라마 4로 반격을 가하고 있다. 각 업체는 범용성, 도구 통합, 멀티모달 이해 등에서 차별화를 추구하며 시장을 다변화시키고 있다.
엔터프라이즈 환경 측면에서 클로드는 개발 도구들과의 통합을 강화하고 있다. 예를 들어, 깃허브 액션과 비주얼 스튜디오 코드, 제트브레인과 같은 환경에 클로드를 연동해 코드 변경사항을 바로 개발자 화면에 표시할 수 있다. 마이크로소프트와의 협업으로 클로드 소넷 4가 깃허브 코파일럿의 새로운 코딩 에이전트 기반 모델로 채택되면서, 주요 빅테크 기업들도 AI 파트너 다변화에 나섰음을 짐작하게 한다.
다만 투명성과 관련된 기술적 과제도 여전하다. 앤트로픽이 지난 4월 발표한 연구에 따르면 클로드 3.7 모델은 자신이 문제를 해결하는 데 사용한 중요한 단서를 사용자에게 공유하는 비율이 25%에 불과했다. AI가 점차 복잡해질수록 그 사고 과정이 더 은폐되는 ‘블랙박스’ 효과가 심화하고 있는 셈이다.
결국 클로드 오퍼스 4가 보여준 장시간 자율작업 능력은 인간과 유사한 업무 집중력과 맥락 지속성을 갖춘 차세대 AI의 가능성을 증명한 사례다. 이제 흔한 질문은 ‘AI가 인간과 같을 수 있을까’가 아니라, ‘이런 AI와 함께 조직은 어떻게 변화해야 하는가’로 바뀌고 있다. 장기 프로젝트와 고급 업무를 AI가 처리하면서 생산성과 혁신 가능성이 동시에 열린 셈이다.
AI와 인간이 업무 공간에서 점점 더 긴밀하게 협력하게 될 미래가 성큼 다가오고 있다. 클로드 4는 그 출발점을 분명히 찍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