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을 이해하는 인공지능 시대가 성큼 다가왔다. 유럽 AI 스타트업 뉴로로지카(Neurologyca)가 감정 인식 기능을 갖춘 멀티모달 인공지능 플랫폼 ‘코페르니카(Kopernica)’를 출시하면서, 인간 중심 AI 구현에 본격적인 시동을 걸고 있다. 코페르니카는 음성, 표정, 행동 등 다양한 데이터를 종합 분석해 인간의 미묘한 감정 변화를 실시간으로 파악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코페르니카는 음성과 영상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처리하는 멀티모달 기술 기반에 행동 인지 알고리즘을 결합해, 이용자의 스트레스, 불안, 인지 부담, 동기 부여 상태 등 최대 90가지 이상의 감정과 정신 상태를 구분할 수 있다. 목소리의 억양과 리듬, 얼굴 근육의 미세한 움직임, 행동 패턴까지 정교하게 분석하여, 일반적인 인공지능 시스템보다 훨씬 높은 감정 인식 정확도를 제공한다는 것이 뉴로로지카 측 설명이다.
회사 측은 특히 3차원 패턴 인식 기술과 790개 이상의 인체 분석 포인트를 활용, 기존 시장 솔루션 대비 7배 이상 많은 데이터를 감지할 수 있으며, 이는 인간 수준의 감정을 이해하는 데 필수적인 기술이라고 강조했다. 코페르니카는 대규모 공공 데이터셋에 의존하는 기존 모델들과 달리, 수십 년간 축적한 신경과학 연구 기반 데이터를 활용해 학습됐다.
뉴로로지카의 공동 창업자이자 CEO인 후안 그라냐(Juan Graña)는 “기존 AI는 인간의 말을 이해할 순 있어도 감정을 이해하지 못했다”며 “코페르니카는 AI가 인간의 맥락을 올바르게 해석하고 공감하며 반응하도록 돕는 정서적 운영체제”라고 말했다.
코페르니카는 독립적인 AI 어플리케이션뿐 아니라 챗GPT와 같은 대형 언어모델과도 연동이 가능하다. 뉴로로지카는 이 플랫폼을 ‘감정형 AI 인프라 레이어’로 포지셔닝하며, 감정 인식 기능이 탑재된 챗봇, 정신건강 모니터링 앱, 감성 맞춤형 콘텐츠 추천 서비스 등 다양한 분야에 적용될 수 있다고 밝혔다. 또한 이 기술을 통해 인지 과부하나 뇌졸중 초기 징후 등을 조기에 검출하는 임상용 솔루션으로 활용하는 방안도 고려 중이다.
개인정보 보호 측면에서 뉴로로지카는 코페르니카가 모든 처리를 로컬 디바이스에서 수행하며, 사용자 동의 없는 데이터 저장이나 식별 불가능한 데이터 외 유출은 없다고 강조했다. 개인정보보호 설계를 핵심으로 삼아 기술을 개발했다는 입장이다. 다만 감정 데이터를 수집·분석하는 기술이 소비자 조작이나 사생활 침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윤리적 우려도 상존한다.
법률 전문가 레나 켐페(Lena Kempe) 변호사는 “감정 인식 AI는 잘못 운용될 경우 소비자의 결정에 영향을 미치거나 민감한 개인정보 유출로 인해 기업에 막대한 법적 리스크를 초래할 수 있다”며 경각심을 촉구했다. 실제 유럽연합의 AI 규제법(AI Act)은 감정 예측 AI 기술을 교육, 직장, 공공 치안 분야에서 금지하고 있으며, 예외적으로 의료나 안전 영역에서만 제한적으로 허용되고 있다.
한편 뉴로로지카는 최근 샌프란시스코에 첫 번째 미국 지사를 개설했으며, 현재 미국 내 다양한 AI 플랫폼, 웰니스 기업, 인프라 파트너사들과의 협업 수요가 급증한 상태라고 밝혔다. 코페르니카는 현재 일부 파트너를 대상으로 초기 버전이 제공되고 있으며, 2025년 하반기에는 일반 기업 대상으로도 본격 공급이 시작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