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일즈포스 CEO 마크 베니오프(Marc Benioff)가 최근 “AI 덕분에 엔지니어링 생산성이 30% 향상됐다”는 이유로 올해 신규 엔지니어 채용 계획이 없다고 밝히면서 기술 업계 전반에 큰 반향을 일으켰다. 이 발언은 인공지능이 인간 엔지니어를 대체할 것이란 위기감을 불러왔지만, 실제로 벌어지고 있는 변화는 훨씬 복합적이고 진화적인 양상이다.
가트너는 ‘에이전틱 AI’를 올해의 최고 기술 트렌드로 선정했으며, 2028년까지 전체 기업 소프트웨어의 33%가 이를 통합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는 전면적인 대체가 아니라 점진적인 전환을 예고하는 수치다. 결국 위협은 AI 자체가 아니라 변화에 적응하지 못한 기술 인력들에게 닥친다.
실제 현장에서는 AI 역량을 갖춘 엔지니어에 대한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특히 생성형 AI에 대한 실무 경험을 보유한 인력은 대형 테크기업은 물론 전문 컨설팅 업체까지 앞다퉈 채용을 확대하고 있다. AI 툴을 제대로 활용할 수 있는 ‘AI 친화형 인재’에 대한 시장의 경쟁은 그 어느 때보다 치열하다.
물론 생산성 향상에 대한 발표는 실제 기술 진보 외에도 주주들이 요구하는 수익성과 관련된 전략적 메시지일 수 있다. 기업들은 AI 선도기업이라는 이미지를 구축하고자 하는 강력한 동기를 가지고 있으며, 이는 시장 기대와 긴밀히 연결돼 있다.
AI가 실제로 엔지니어링을 바꾸는 방식은 네 가지 영역에서 두드러진다. 먼저, 방대한 코드베이스나 기술 문서 등을 요약해 실질적인 실행 정보를 제공함으로써 분석 시간을 크게 줄여준다. 두 번째는 코드 패턴 파악과 오류 예측을 통해 문제를 미리 찾아내는 추론 기술이다. 세 번째는 코드 언어 간 변환 지원을 통해 레거시 시스템의 현대화와 기술 자산의 이전을 돕는 기능이다. 마지막으로 생성형 기능을 활용해 코드, 문서, 아키텍처 등 새로운 기술 결과물을 생산하는 역량이 이미 여러 산업에 걸쳐 변화를 촉진하고 있다.
의료 분야에서는 환자 개인 상태에 맞춘 진료 지침 시스템을, 제약업계에선 AI로 공정일정을 최적화해 낭비를 줄이고 필수 의약품을 안정적으로 공급하는 데 활용되고 있다. 금융권은 이미 수년 전부터 복잡한 규제 준수와 고객 서비스 개선을 동시에 이루기 위해 생성형 AI 시스템에 투자해왔다.
AI의 확산은 새로운 기술 전문 영역도 창출하고 있다. 최근 부상하고 있는 ‘LLMOps’는 대형 언어 모델의 배포와 모니터링, 품질 관리를 전담하는 분야다. 이 분야에서는 모델의 성능 저하나 선택지 평가 등을 통해 AI 응답의 일관성과 신뢰성을 유지하는 것이 핵심이다.
AI 시스템을 안전하고 일관되게 배포할 수 있도록 돕는 ‘플랫폼 엔지니어링’ 역시 점점 중요해지고 있다. 개발자들이 AI 기능을 접목한 애플리케이션을 쉽게 만들 수 있도록 표준화된 환경을 제공하며, 보안성과 유지관리 용이성을 확보하는 데 기여한다.
인간과 AI의 협업 수준은 단순한 추천 기능에서 자율적인 시스템 운영까지 다양화되고 있다. 가장 효과적인 엔지니어는 해당 작업의 맥락과 위험도를 고려해 적절한 AI 자율성 수준을 판단하고 적용할 수 있는 이들이다.
이 과정에서 제대로 된 AI 거버넌스 체계를 갖추는 것이 중대한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이는 윤리, 규제, 리스크 관리의 기준을 세우되 혁신적 시도가 위축되지 않도록 균형을 잡는 것이 핵심이다. 또 보안은 초반부터 개발 과정에 녹아 있어야 한다. AI 모델이 생성한 허위 정보, 프롬프트 공격, 데이터 유출 등을 방지하기 위한 검증 절차를 거쳐야만 빠른 배포와 안전성을 동시에 확보할 수 있다.
현재는 인간이 AI를 조정하고 활용하는 구조지만, 가까운 미래에는 인간과 AI 사이의 상호작용이 보다 ‘공동 창작’에 가까운 양상으로 진화할 가능성이 적지 않다. 특정 문제에 대해 인간이 생각하지 못한 해답을 제시하거나 간과한 위험요소를 조기에 식별하는 역할까지 AI가 수행하게 될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환경에서도 인간 엔지니어의 핵심 역할—요구사항 파악, 도덕적 판단, 인간 중심 설계 등—은 결코 대체되지 않는다. 창의성이라는 인간의 고유 역량과 AI의 계산 능력이 어우러질 때, 비로소 과거에는 해결되지 않았던 난제를 풀 수 있는 새로운 가능성이 열린다. AI와 함께 구축되는 엔지니어링의 미래는 대체가 아니라 확장의 방향으로 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