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기반의 *에이전틱 AI(agentic AI)*가 기업 업무의 판도를 바꾸고 있다. 과거에는 단순한 자동화나 데이터 분석 도구로 여겨졌던 AI가, 이제는 자체적으로 판단하고 협업하며 업무 전반을 능동적으로 변형시키는 *디지털 동료*로 진화하고 있다. 이 같은 변화를 주도하고 있는 기업은 서비스나우(ServiceNow)와 액센츄어(Accenture)다. 이들은 최근 열린 ‘Knowledge25’ 행사에서, 새로운 에이전틱 AI 기반의 업무 혁신 방식을 공개하며 이목을 집중시켰다.
그 중심에는 ‘에이전트 제로(Agent Zero)’가 있다. 액센츄어와 서비스나우가 공동 개발한 이 AI 워크플로우는 복잡한 환경 속에서 데이터를 바탕으로 자율적으로 결정을 내리는 시스템이다. 초기 단계부터 보안 기능을 내장하고, 다양한 부서 간 협업을 유기적으로 실행할 수 있도록 설계된 점이 특징이다. 액센츄어 글로벌 서비스나우 사업 그룹을 이끄는 데이비드 칸터(Dave Kanter)는 이번 협업에 대해 “우리는 단순히 툴을 제공하는 것을 넘어 신뢰를 코드에 녹여내고 있다”며, “실제 고객들이 사용할 수 있는 수준으로 완성도를 끌어올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를 통해 액센츄어는 2,000개 이상의 업무 흐름을 자동화했으며, 다음 주 중 ‘에이전트 제로’가 실제 고객사에 상용화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서비스나우의 최고 인사 및 AI지원 책임자인 재키 캐니(Jacqui Canney)는 “AI 에이전트들은 이제 조직 간 경계를 넘나들며 실질적인 업무 결과를 만들어내고 있다”며, “이들은 단순히 정보를 제공하는 데 그치지 않고, 실시간으로 동기화돼 인간과 함께 업무를 수행하는 수준에 도달했다”고 강조했다.
SAP 역시 AI 혁신의 최전선에 있다. SAP의 서비스 관리 솔루션 책임자인 하디 쿤(Hardy Kuhn)은 ‘에이전트 제로’ 활용 사례를 소개하며 “LMM을 활용한 단순 응답 자동화에서 벗어나, 이제는 고객 티켓 접수부터 문제 해결까지 전 과정을 자동화하는 수준에 도달했다”고 밝혔다. 이러한 변화는 회사 내부 문화의 변화를 전제로 한다. 액센츄어는 단순히 기술을 도입하는 것이 아니라, 사내 직원들에게 저코드 툴 혹은 문서 기반 AI 툴을 보급함으로써 기술 수용성과 자발적 참여를 확산시키고 있다.
이러한 전략이 효과적으로 작동하기 위해선 무엇보다 *신뢰할 수 있는 데이터와 명확한 업무 설계*가 핵심이다. 액센츄어 연방 서비스 부문에서 서비스나우 사업을 이끌고 있는 윌 커피(WIll Coffey)는 “AI가 자율적으로 판단하는 시대에는 내부 데이터 품질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해진다”며, “적절한 데이터 환경 없이 실행된 AI는 오히려 혼란을 유발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자동화 대상도 무작정 확대하는 것이 아니라, 이미 검증된 업무 프로세스를 중심으로 확장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이를 통해 혼선 없이 자동화를 구현하는 동시에, 사람 중심 구조를 유지할 수 있다는 것이다. 엘렌 커리드(Ellen Currid) 액센츄어 디렉터는 “AI는 사람을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반복적이고 가치가 낮은 업무로부터 벗어나게 해주는 도구일 뿐”이라며, “신뢰 기반의 업무 환경을 구축하고, 거기에서 좋은 프로세스를 자동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결국 에이전틱 AI는 단순한 기술적 진보가 아니라, 조직 전체의 운영 방식과 업무 문화를 재정의하는 *전략적 전환점*이다. 액센츄어와 서비스나우는 이를 ‘에이전트 기반의 조직’으로 개념화하며, 복잡한 시스템 간의 협업을 자동화하고, 기존의 취약한 통합 구조 대신 유기적으로 대응하는 AI 아키텍처로 옮겨가고 있다. 서비스나우의 도릿 질버숏(Dorit Zilbershot)은 “우리는 이제 정적인 시스템 간 통합이 아니라, 각 시스템이 자율적으로 협력하는 지능형 네트워크를 만들어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변화는 단순히 기술 도입을 넘어, 기업의 경쟁력을 결정짓는 핵심 요소로 자리잡고 있다. 액센츄어의 톰 브러스(Tom Bruss)는 이를 두고 “21세기에 성공하는 조직은 AI 기술을 조력자이자 촉진자로 받아들이는 기업”이라며, “사람의 역량을 극대화하는 방향으로 기술을 설계하는 조직이 결국 미래를 이끌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