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산업 전반에 걸쳐 생성형 인공지능을 빠르게 도입하려는 움직임이 본격화되면서, 이를 가능하게 하는 기술적 기반으로 ‘거버넌스가 적용된 데이터 플랫폼’이 핵심 전략으로 떠오르고 있다. 특히 딜로이트의 데이터&AI 전문가들은 이 기술이 단순한 유행을 좇는 게 아니라, 실제 가치를 실현하는 도구라는 데 방점을 찍고 있다.
딜로이트 컨설팅의 비부 파트나익과 샤이렌더 싯두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스노우플레이크 서밋 2025'에서 디지털 전환을 추진하는 금융권 고객들이 전략 수립 이상을 원하고 있으며, 이제는 실시간 통찰과 빠른 수익 환산 능력을 요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들이 강조한 ‘가치 기반의 데이터 플랫폼’은 단순히 데이터를 저장하는 수준에서 벗어나, 규제 요건을 충족하면서도 인공지능 모델이 원활히 학습하고 작동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데 초점을 맞춘다.
핵심은 데이터 사일로 해소다. 특히 전통적인 금융기관에서는 오랫동안 여러 부서와 시스템에 분산된 데이터를 통합하지 못해 AI 도입의 발목을 잡아왔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딜로이트는 스노우플레이크와 손잡고 ‘단일 신뢰 소스(single source of truth)’ 구축에 나섰다. 파트나익은 “자산 규모가 커지면서 규제 기준이 강화된 은행들이 카테고리 3로 분류되기 시작했고, 이에 따라 신속하면서도 정확한 데이터 가공 시스템에 대한 수요가 급격히 늘었다”고 설명했다.
이는 단순한 현대화가 아닌 통합의 문제다. 싯두는 “데이터가 충분하지 않은 게 아니라, 이를 효과적으로 연결해 의미 있는 인사이트를 도출하는 능력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예를 들어 기업금융 고객을 온보딩할 때 발생하는 복잡하고 느린 프로세스는 AI 에이전트를 통한 자동화로 개선될 수 있지만, 이를 위해서는 고품질의 정제된 데이터가 반드시 전제돼야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흐름은 AI 기술의 진화와도 맞물린다. RPA(로보틱 프로세스 자동화) 수준의 초기 자동화를 지나 이제는 복잡한 의사결정을 수행할 수 있는 에이전트 중심 아키텍처로 도약하고 있다. 딜로이트는 이러한 다중 에이전트 시스템 기반의 미래형 프로세스를 내부적으로 1년 넘게 연구해왔으며, 이미 일부 금융기관에서는 테스트 적용이 진행 중이다.
특히 스노우플레이크의 코텍스 AI와 같은 고도화된 도구를 이용하면 이러한 에이전트 기반 시스템을 훨씬 효과적으로 구축할 수 있다. 파트나익은 “과거에는 데이터 현대화만 해도 2년이 걸렸지만, 이제는 몇 달 내에 눈에 띄는 가치 창출이 가능하다”며, 동시에 “고객사가 실제 투자 대비 성과를 빠르게 계산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딜로이트의 핵심 역할”이라고 강조했다.
결국 금융권의 AI 전환은 단순히 기술 선택 문제가 아닌, 전체 시스템 구조와 데이터 거버넌스를 재설계하는 총체적 작업이다. 이 과정에서 딜로이트와 스노우플레이크의 협력은 기존 틀에 갇혀 있던 데이터 활용 방식에서 벗어나, 보다 민첩하고 가치 중심의 전략으로 금융산업 전반을 재편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