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특별자치도가 전국 지자체 가운데 처음으로 생성형 인공지능 기술을 활용한 야간 민원 응대 시스템을 도입한다. 오는 9월부터 ‘AI 당직원’이 현실 업무에 배치돼, 단순 반복 민원을 중심으로 자동 응대를 담당하게 된다.
이번 시범 도입은 강원도가 지난 2023년 2월부터 야간 민원을 재난상황실을 통해 처리해오면서 축적된 실무 경험과 분석 결과를 바탕으로 추진됐다. 도에 따르면 최근 2년간 접수된 야간 민원 7,538건 중 약 93%가 5분 이내 종료되는 단순 질의였고, 이로 인해 공무원들의 피로도 누적 문제가 지속적으로 제기돼 왔다. 민원인의 감정 섞인 발언이나 반복적인 전화, 심지어 주취 상태의 문의가 빈번해 현장 공무원의 정신적 부담도 컸던 것으로 나타났다.
‘AI 당직원’은 단순한 응답 서비스가 아닌, 생성형 인공지능 기반의 음성 인식과 자연어 처리 기술을 활용해 민원인의 말을 실시간으로 파악하고 상황에 맞게 대화 형식으로 응대하는 방식이다. 실제 시연회에서는 민원 통화 내용이 자동으로 문자로 전환돼 관련 부서에 전달됐고, 관리자 포털에서 실시간으로 처리 경과를 확인하는 기능도 선보였다. 또한 욕설이나 고성, 비정상적 발화 패턴이 인식되면 중립적인 어조로 대응하고, 긴급 상황으로 판단될 경우 관리 담당자에게 즉시 경고 문자를 전송하는 기능도 적용했다.
강원도는 이 시스템이 단순한 자동화가 아닌, 디지털 전환 시대에 대응한 행정 혁신의 한 사례로서 의미가 크다고 평가하고 있다. 김진태 강원지사는 “ARS와는 전혀 차원이 다른 민원 대응이 가능해졌고, 회선도 기존 1개에서 10개로 늘려 응대 효율이 크게 늘 것”이라며 “공무원이 본연의 업무에 집중할 수 있어 행정 서비스의 품질도 함께 높아질 것”이라고 기대를 밝혔다.
강원도는 이미 야간 민원 외에도 각종 행정 분야에 인공지능 기술을 단계적으로 도입 중이다. 내부적으로는 디지털 아나운서를 운영하고 있으며, AI 기반의 스터디와 직원 자율 동아리 활동도 확대하고 있다. 이처럼 다양한 디지털 행정 실험을 통해 정책 구조 전반에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는 상황이다.
이 같은 흐름은 향후 다른 지역 자치단체에도 확산될 가능성이 크다. 특히 예산과 인력이 제한된 지자체 입장에서는 자동화 기반의 민원 대응 기술이 행정 효율성과 주민 만족도를 동시에 높이는 실용적 대안이 될 수 있다. 다만, AI의 응답 정확도나 긴급상황 대비 능력 등은 지속적인 성능 고도화를 통해 보완해 나가야 할 과제로 남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