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기업 32%, AI 실전 도입…亞 평균 앞서 ‘디지털 전환 선도’

국내 기업 중 32%가 인공지능(AI)의 실질적인 적용 단계에 도달한 것으로 나타나, 아시아·태평양 지역 평균보다 한발 앞선 디지털 전환 수준을 보이고 있다.

미국의 정보기술 기업 델 테크놀로지스는 8월 19일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IDC에 의뢰해 분석한 보고서 ‘AI 구현을 위한 전략적 계획 수립’을 발표했다. 이 보고서는 아시아·태평양 지역 내 기업들의 AI 도입 현황을 종합적으로 진단한 결과를 담고 있으며, 한국은 조사 대상 국가 중에서도 상대적으로 AI 도입 성숙도가 높게 평가됐다.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 기업의 32%는 이미 다양한 영역에서 AI를 실제 업무에 적용하고 있거나, AI 기술을 자사 경쟁력의 핵심 요소로 인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아시아·태평양 평균인 24%를 8%포인트 웃도는 수준이다. 반면, AI 활용이 아직 초기 단계에 머물러 있다고 응답한 한국 기업 비율은 26%로, 지역 평균인 31%보다 낮았다. 이 같은 수치는 국내 일부 기업들이 단순한 기술 실험을 넘어서 AI를 경영 전략의 중요한 축으로 삼고 있음을 보여준다.

AI 확산과 더불어 아시아·태평양 지역 전반의 IT 인프라 투자도 급증하고 있다. 조사에 따르면 올해 지역 내 AI 관련 서버 시장 규모는 약 239억 달러(한화 약 32조 5천억 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생성형 AI(GenAI) 기술에 대한 관심이 높아져, 응답 기업 중 84%는 올해 해당 기술에 100만 달러에서 200만 달러(13억∼27억 원)를 배정하겠다고 응답했다. 이는 생성형 AI가 단순한 자동화 도구를 넘어 경쟁력 확보 수단으로 부상하고 있음을 방증한다.

다만 AI 확산에 따른 부담과 도전 과제도 적지 않다. 기업들은 AI 도입 과정에서 가장 큰 어려움으로 IT 예산 증가, 정부 규제에 따른 법적 위험(컴플라이언스 리스크), 그리고 지속가능성 기준 준수 등을 꼽았다. 이와 함께 보안과 개인정보 보호에 대한 우려가 크며, 많은 기업들이 AI 시스템을 설계하고 운용할 때 인프라 현대화와 맞춤형 모델 지원까지 포괄하는 외부 솔루션 제공자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인식하고 있다.

산업별 적용 사례를 보면, AI 활용은 전 산업군으로 확산 중이다. 은행과 금융업에서는 사기 방지와 자금세탁 감지, 업무 효율화 측면에서 AI 도입이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으며, 제조업체들은 공급망 관리 및 예지 정비(사전에 고장을 예측하여 정비) 등에서 효과를 보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에너지 분야는 전력망 운영 효율화에, 헬스케어에선 진단 정확도 향상과 개인 맞춤 치료에 AI를 활용하고 있으며, 소매 업계도 고객 분석과 재고 최적화 등을 위해 AI 도입을 가속화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런 결과에 대해 한국이 AI 역량 측면에서 글로벌 경쟁에서 결코 뒤지지 않는 위치에 와 있다고 평가하면서도, 앞으로는 단순한 기술 도입에서 나아가 실질적인 성과 창출과 투자 수익률(ROI)에 집중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이 같은 흐름은 향후 AI 기술의 고도화와 함께 기업의 전략 수립 방식에도 큰 영향을 줄 가능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