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대응형 데이터 플랫폼 확산… 델·HPE·NFL도 본격 합류

기업들이 단순한 데이터 저장소 구축에서 벗어나, 인공지능 활용을 극대화하는 다층적 구조의 ‘AI 대응형 데이터 플랫폼’ 구축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데이터의 수집과 활용이 분리되던 단계를 지나, 이젠 실시간 정보 처리와 분석까지 가능하도록 설계된 데이터 인프라가 산업 전반에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이같은 변화는 최근 열린 ‘퓨처 오브 데이터 플랫폼 서밋(Future of Data Platforms Summit)’에서 주요 이슈로 다뤄졌다. 이 행사에서 더큐브 리서치(theCUBE Research)의 수석 애널리스트 롭 스트레치는 “오늘날의 데이터 플랫폼은 단순 저장 공간이 아닌, 조직 전체의 혁신 역량을 끌어올리는 지능형 실시간 시스템으로 진화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또한 그는 “데이터를 쌓는 것이 목적이 아니라, 이를 조직 내 모든 부문에 신뢰성 있게 배포하고 해석할 수 있어야 진정한 경쟁력이 생긴다”고 강조했다.

기업들이 직면한 큰 과제는 흩어진 데이터를 하나의 응집된 형태로 통합하느냐는 것이다. 해머스페이스(Hammerspace)의 AI 솔루션 담당 수석 이사 샘 뉴남은 “무수히 많은 비정형 데이터를 제대로 조율하지 못하면, AI 시스템이 의사결정을 내릴 수 없게 된다”며 “실시간 반응이 요구되는 AI 프로세스에선 데이터 조직화 수준이 성패를 가른다”고 말했다. 그는 단순한 전송 속도보단 데이터 파이프라인 전체의 최적화가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델 테크놀로지스(DELL)도 엔비디아(NVDA)와의 협력을 통해 ‘AI 데이터 플랫폼’이라는 새로운 개념을 제시하며 경쟁에 가세했다. 이 플랫폼은 고성능의 온프레미스 보안 환경과 유연한 모듈 설계를 기반으로,규제가 엄격한 금융 및 의료 산업에서 특히 큰 반향을 얻고 있다는 평가다. 델의 제품 전략 책임자 브라샹크 자인은 “비정형 데이터와 정형 데이터를 아우르는 AI 전용 생태계를 제공하는 것이 핵심”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휴렛팩커드 엔터프라이즈(HPE)와 엔비디아는 스토리지를 단순한 보존 수단이 아닌 가치 창출의 출발점으로 전환하려는 시도를 강화하고 있다. AI 워크로드에 최적화된 스토리지를 개발 중인 HPE의 에드 보뵈는 “데이터 수집과 동시에 의미 있는 정보를 제공할 수 있는 플랫폼이 차세대 데이터 전략의 기본”이라고 밝혔다.

AI 시대에서 데이터 신뢰성과 거버넌스 확보도 핵심 과제로 부상하고 있다. 미식축구리그 NFL은 모든 조직 부서를 연결하는 통합 데이터 생태계를 구축해 선수 안전과 팬 소통을 강화하고 있다. NFL의 데이터 관리 담당 이사 조 스테인케는 “단일한 중앙 구조를 통해 일관성과 효율성을 확보하는 것이 장기적 성공의 열쇠”라고 말했다.

신용 평가 기업 FICO 역시 AI 의사결정 엔진의 정확도를 높이기 위해 데이터 관리 및 프라이버시 보호에 걸맞은 플랫폼을 구축하고 있다고 밝혔다. FICO의 최고 제품 책임자 빌 웨이드는 “데이터의 수집부터 효율적 분류와 사용 결과 측정까지, 전 과정을 통합하는 구조가 핵심”이라고 전했다.

이번 서밋에서 확인된 통찰은 분명하다. 데이터 플랫폼은 향후 모든 비즈니스 전략의 기반이 될 것이며, 속도, 신뢰성, 조직화, 보안, 나아가 실시간 대응력을 갖춘 AI 대응형 생태계 구축이 기업 경쟁력을 좌우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