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렛팩커드 엔터프라이즈(Hewlett Packard Enterprise, HPE)가 3분기 실적에서 월가의 예상치를 웃돌며 견조한 성장세를 보였다. 서버 및 네트워킹 부문의 호조와 AI 서버 수요 덕분에 순이익이 전년 동기의 적자에서 흑자로 돌아섰다. 이같은 실적 발표 이후 HPE 주가는 소폭 상승했으며, 향후 실적 가이던스에 대한 시장 반응은 다소 엇갈렸다.
HPE는 3분기 조정 주당순이익(EPS)이 44센트, 매출은 91억 4,000만 달러(약 13조 1,400억 원)로 집계됐다고 발표했다. 이는 시장 전망치인 EPS 41센트, 매출 88억 4,000만 달러(약 12조 7,300억 원)를 웃도는 수치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19% 증가했으며, 순이익은 2억 7,600만 달러(약 3,970억 원)로, 전년 동기 10억 7,000만 달러(약 1조 5,400억 원)의 손실에서 개선됐다.
안토니오 네리(Antonio Neri) CEO는 "역대 최고 분기 매출 덕분에 수익성이 크게 나아졌다"며, 주요 성장 동력으로 서버 및 네트워크 부문의 견고한 수요를 강조했다. 특히 서버 사업 부문에서는 AI 전용 GPU 서버에 대한 강력한 수요가 발생하면서 49억 4,000만 달러(약 7조 1,000억 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이는 전년 대비 16% 증가한 수준으로, 시장 전망치였던 47억 2,000만 달러(약 6조 8,000억 원)를 넘어섰다.
또한 HPE는 미국 2·3위 무선네트워크 업체인 주니퍼 네트웍스(Juniper Networks) 인수를 마무리하며 인프라 역량 강화에 박차를 가했다. 140억 달러(약 20조 1,600억 원)에 달하는 이 거래는 시스코(Cisco)를 주도자로 둔 시장에서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전략적 행보로 평가된다. 아울러 기존 '인텔리전트 엣지(Intelligent Edge)' 부문은 '네트워킹(Networking)' 부문으로 명칭이 변경됐으며, 이번 분기에서 17억 달러(약 2조 4,500억 원)의 매출을 기록, 전년 대비 54% 급증했다. 이는 주니퍼의 7월 재무 실적이 일부 반영된 데 따른 것이다.
클라우드 및 금융 부문에서도 각각 15억 달러(약 2조 1,600억 원), 8억 8,600만 달러(약 1조 2,800억 원)의 매출을 기록해 전년 대비 소폭 성장했다. 하이브리드 클라우드는 12% 증가했으며, 금융 부문은 1% 상승에 그쳤다.
한편 HPE는 이번 실적과 관련해 정치적 불확실성, 특히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정책 기조에 따른 위험 요소를 인정했다. 현재 일부 기술 하드웨어는 섹션 232 조사를 이유로 고율 관세에서 임시적으로 제외된 상태이며, HPE는 그 영향을 단기적으로 크지 않다고 평가했다. 네리는 분석가들과의 컨퍼런스콜에서 "향후 두 달간은 관세 영향이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전망 부분에서는 엇갈리는 신호가 나왔다. 4분기 EPS 가이던스는 56~60센트로 시장 기대치인 56센트를 상회했으나, 매출 목표는 97억~101억 달러로, 월가의 예상치인 101억 1,000만 달러보다 소폭 낮았다. 연간 기준으로는 EPS 가이던스를 1.88~1.92달러로 상향 조정하며, 이는 기존 전망치(1.78~1.90달러)보다 높다. 네리는 "주니퍼 실적을 통합 반영하면서 연간 가이던스를 조정했다"고 설명했다.
실적 발표 직후 HPE 주가는 장외 거래에서 일시적으로 2% 하락했으나, 이후 반등하며 1% 이상 상승했다. 연초 이후 현재까지 주가는 7%가량 상승해, 같은 기간 9% 이상 오른 S&P 500 지수를 소폭 하회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