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상담원, 고객센터 판도 흔들다…시에라 14조 원 기업가치 눈앞

고객센터에 전화해 자동응답 시스템을 거치며 인간 상담원과 연결되길 기다린 기억이 있다면, 그 경험은 곧 과거의 것이 될 수 있다. 생성형 AI 기술이 빠르게 발전하면서, 점점 더 많은 고객 응대 업무가 사람의 도움 없이 처리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투자자들이 이러한 변화를 본격적으로 가속화하고 있다. 크런치베이스에 따르면 음성 또는 텍스트 기반의 AI 챗봇을 활용하는 고객지원 자동화 스타트업에 수억 달러 규모의 투자가 연이어 이뤄지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AI 에이전트 플랫폼 스타트업 시에라(Sierra)다. 설립 2년 만에 시에라는 35억 달러(약 5조 400억 원) 규모의 신규 투자 유치를 눈앞에 두고 있으며, 기업 가치는 무려 100억 달러(약 14조 4,000억 원)를 넘어설 전망이다.

시에라의 성공은 그 배경부터 남다르다. 브렛 테일러 전 세일즈포스 공동 CEO이자 오픈AI 이사회 의장, 그리고 전 구글 임원이었던 클레이 베이버가 공동 창업을 맡았다. 시에라는 불과 1년 전 17억 5,000만 달러(약 2조 5,200억 원)를 유치하며 기업가치 45억 달러(약 6조 4,800억 원)를 인정받은 바 있다. 이후 기술력과 성과는 빠르게 업계의 주목을 받았고, 현재는 고객지원 AI 시장을 대표하는 스타트업으로 부상했다.

이 같은 흐름은 비단 시에라에 그치지 않는다. 최근 몇 달간 AI 기반 고객 서비스 툴을 개발하는 다양한 스타트업들이 벤처 투자자들로부터 대형 투자를 연이어 유치하고 있다. 크런치베이스는 이런 기업들 중 대표적인 11곳을 선정, 그 동향을 추적했다.

이들 기업이 집중하는 영역 중 하나는 고객 서비스의 언어 기반 반복 업무다. 지금까지는 사람만이 정확하게 처리할 수 있다고 여겨졌던 대화 맥락 파악, 질문 분류, 대응 우선순위 지정 등이 이제 AI에 의해 상당 부분 자동화되고 있다. Bessemer Venture Partners의 파트너 켄트 베넷은 “모든 직무가 언어모델에 의해 영향을 받을 것”이라며 “단순 반복 업무를 제거함으로써 직원 생산성을 높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시에라는 한 브랜드의 사례를 통해 이 같은 주장을 뒷받침하고 있다. 해당 브랜드는 몇 주 만에 음성 기반 AI 상담원을 도입했고, 30일 이내 전체 문의 중 절반 가까이를 인간의 개입 없이 해결했다고 밝혔다. 이 밖에도 Capacity와 Forethought 등은 자사 제품이 기술지원실과 고객상담센터에서 효과적으로 반복 요청을 처리하고 있다고 설명하고 있다. 특히 Forethought는 그래머리, 업워크 등 주요 기업에 도입돼 활용 성과를 내고 있다.

그러나 이런 기술 진보가 항상 긍정적 결과만을 가져오는 것은 아니다. 고객센터 자동화는 곧 고용 구조에도 충격을 가한다. 마크 베니오프 세일즈포스 CEO는 최근 “AI 에이전트 활용이 늘어나면서 약 4,000명의 고객 서비스 인원을 감축했다”고 밝혔다. 이처럼 AI가 실질적으로 일자리를 대체하는 일이 이미 현실화되고 있다는 경고가 업계에서 나오고 있다.

다만 소비자 입장에서 보면, 이 변화는 그리 불편하지만도 않다. 복잡한 절차 없이 원하는 해답을 더 빠르게 얻을 수 있다면, AI의 개입 여부조차 인식하지 못할 수도 있다. 그리고 어쩌면, 그것이 바로 생성형 AI 기술이 고객 서비스를 혁신하는 ‘성공의 증거’일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