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너브러더스, 미드저니 상대로 AI 저작권 소송…슈퍼맨 이미지 무단 사용 논란

미국 미디어 대기업 워너브러더스 디스커버리가 인공지능 이미지 생성 스타트업 미드저니를 상대로 지식재산권 침해 소송을 제기하면서, AI 기술이 기존 저작권 체계와 충돌하는 사례가 또다시 주목받고 있다.

5일(현지시간) 블룸버그 통신 보도에 따르면, 워너브러더스는 미드저니가 사용자들이 자사 소유의 대표 캐릭터인 '슈퍼맨', '배트맨', '원더우먼' 등의 이미지를 무단으로 만들 수 있도록 허용하고, 심지어 이렇게 생성된 이미지를 자사 서비스 홍보에도 활용했다고 주장했다. 소송은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 연방법원에 제기됐다.

워너브러더스는 미드저니 사용자들이 만든 이미지 예시로, '슈퍼맨이 휴대전화를 바라보는 장면', '배트맨이 영화 스타워즈의 R2-D2와 함께 있는 장면' 등을 제시하며 이는 명백한 저작권 침해라고 밝혔다. 이들 캐릭터는 창작자가 아닌 이상 임의로 사용하거나 재가공할 수 없도록 지식재산권으로 보호받고 있다.

이번 소송에서 워너브러더스는 저작권 침해 사안당 최대 15만 달러(한화 약 2억 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회사 측은 특히 미드저니가 이러한 대규모 침해 사례를 인지하고도 기업 이익을 우선시해 실질적인 보호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또한 이와 같은 AI 생성 이미지가 소셜미디어 플랫폼인 레딧, 디스코드, 인스타그램 등에 유통되며, 원 저작물의 원작자 권한을 훼손하는 결과를 낳았다고 덧붙였다.

미드저니는 샌프란시스코에 본사를 둔 AI 이미지 생성 전문 기업으로, 이용자들의 텍스트 입력을 바탕으로 이미지나 영상을 자동 생성하는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인터넷에 공개된 광범위한 이미지 데이터를 학습에 활용하는데, 이는 일종의 ‘공정 사용’(fair use) 범위 안에서 이뤄지고 있다는 것이 이 업체의 기본 입장이다. 그러나 이 같은 논리가 실제 법적 기준에서 얼마나 인정받을 수 있을지는 현재 진행 중인 여러 유사 소송 결과에 달려 있다.

실제로 디즈니와 컴캐스트(유니버설스튜디오 모회사)도 지난 6월 미드저니에 대해 유사한 이유로 소송을 제기한 바 있어, 미디어 업계와 생성형 AI 기술 기업 간의 충돌은 점차 확산되는 양상이다. 이번 사례는 AI가 창작 영역에 본격 진입하면서 기존 지식재산권 체계 전체가 재설계 또는 조정될 필요성에 직면하고 있다는 신호로 읽힌다.

이 같은 흐름은 향후 콘텐츠 산업 전반에 걸쳐 법적 기준을 세우는 판례로 이어질 수 있으며, 기술 기업들의 AI 기술 개발 방향에도 중요한 전환점을 제공할 가능성이 있다. AI 창작물에 대한 저작권 구분과 책임 범위가 명확히 규정될 경우, 산업 전반의 창작 환경과 비즈니스 모델에도 큰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