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로드, 기억한다…앤스로픽의 업무형 AI 전환 신호탄

미국 인공지능(AI) 스타트업 앤스로픽(Anthropic)이 챗봇 클로드(Claude)의 유료 버전에 기억 기능을 공식 도입하며 사용자 경험의 전환점을 예고했다. 이 기능은 해당 사용자가 이전에 요청했던 작업, 선호하는 작업 방식, 반복되는 업무 정보 등을 자동으로 인식하고 기억함으로써 더 높은 수준의 맞춤형 응답을 가능하게 만든다.

이번에 적용된 기억 기능은 클로드 팀(Claude Team) 및 엔터프라이즈(Enterprise) 이용자에게 우선 제공되며, 일일이 작업 맥락을 설명하지 않아도 되는 자동화된 업무 흐름을 지원한다. 특히 사용자가 업로드한 문서를 기반으로 다이어그램, 웹사이트 등에 대한 출력을 생성하는 ‘프로젝트’ 기능에도 기억 기능이 통합돼 협업 효율성이 크게 개선될 전망이다. 사용자는 클로드의 설정 메뉴를 통해 자신이 원하는 정보만 기억되도록 조정하거나 특정 기억을 삭제할 수도 있다.

이와 함께 앤스로픽은 기억 데이터를 특정 프로젝트 단위로 내보낼 수 있는 기능도 선보였다. 이를 통해 클로드에서 수집한 업무 관련 데이터를 구글(GOOGL)의 제미니 프로(Gemini Pro)나 오픈AI(OpenAI)의 챗GPT(ChatGPT) 같은 외부 챗봇에 전송할 수 있다. 다만 이는 업무 맥락 중심의 정보에 제한되며, 사생활 관련 내용은 해당되지 않아 프라이버시 측면에서도 안정성을 유지한다.

클로드의 기억 기능은 선택적이며 기본값은 비활성화 상태다. 사용자는 설정을 통해 직접 기능을 활성화하고, 필요한 정보를 손쉽게 조회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우리가 지난 주에 작업한 내용은?"이라는 질문에 클로드는 기존 대화 내역을 바탕으로 즉각적이고 정확한 응답을 제공할 수 있다. 더욱이 기업 고객을 대상으로 관리자가 조직 차원에서 기억 기능을 차단할 수 있는 옵션도 마련됐다.

또한 앤스로픽은 이 기능 외에도 익명 채팅(Incognito Chat) 기능을 도입했다. 이는 모든 사용자에게 제공되며, 세션 종료 시 기록이 남지 않는 완전 비기억 모드다. 기밀 정보 처리나 맥락 제로 상태의 대화가 필요한 상황에서 특히 유용하다.

이번 업데이트와 동시에 앤스로픽은 클로드를 한층 진보된 AI ‘에이전트’로 업그레이드하는 기능도 시험 도입했다. 이제 사용자는 클로드를 이용해 자체 인터페이스에서 직접 워드, PDF, 엑셀, 파워포인트 파일을 생성하고, 분석까지 수행할 수 있다. 이 기능은 클로드 맥스(Claude Max), 팀 및 엔터프라이즈 사용자에게 우선 공개되고, 곧 프로(Pro) 구독자에게도 확대될 예정이다.

앤스로픽은 이번 기능 개발을 위해 클로드가 실행 가능한 독립 컴퓨팅 환경을 제공한다고 밝혔다. 이를 통해 사용자가 요청한 분석 작업을 수행하거나, 코드 작성, 애플리케이션 실행 등 복합 업무까지 클로드가 처리할 수 있다. 앞서 앤스로픽은 클로드가 크롬 브라우저를 제어할 수 있도록 하는 실험적 플러그인도 선보인 바 있다.

경쟁사들도 유사한 기능을 강화하고 있는 가운데, 오픈AI의 챗GPT는 개인 일정이나 저장 파일에 접근해 리포트 작성이 가능하도록 했고, 구글 역시 제미니에 고급 리서치 기능을 추가한 상태다. 앤스로픽은 이와 같은 에이전트형 AI의 흐름 속에서 데이터 주도적 업무보조 기능을 안정적으로 구축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이번 업데이트로 클로드는 단순한 챗봇을 넘어 다양한 생산성 도구와 자연스럽게 연결되는 업무 중심형 AI 플랫폼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기업 내 협업 방식뿐 아니라, AI 활용을 극대화하려는 다양한 분야에서 새로운 시너지를 만들어낼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