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직자와 채용 기업 간의 비효율을 없애겠다는 목표로 설립된 AI 기반 채용 플랫폼 ‘잭앤질(Jack & Jill)’이 시드 투자 라운드에서 2,000만 달러(약 288억 원)를 유치했다. 이번 투자는 유럽계 벤처캐피탈 크레안덤(Creandum)이 주도했으며, 플랫폼은 현행 채용 시스템이 가진 구조적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겠다는 전략을 내세우고 있다.

잭앤질의 최고경영자 매튜 윌슨(Matthew Wilson)은 “채용 시장은 후보자와 기업 모두에게 고장난 시스템처럼 작동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기업의 범람하는 스팸성 채용 메일과 알고리즘 필터링, 지원자의 무분별한 자동화 지원서가 서로를 엇갈리게 만들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우리는 기존 시스템 위에 AI를 얹는 것이 아니라, 사람마다 맞춤 설계된 에이전트를 제공해 구직과 채용 활동을 새롭게 정의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잭앤질은 이름에서 유추할 수 있듯 두 개의 주요 구성으로 이뤄져 있다. ‘잭’은 구직자를 위한 대화형 AI 챗봇으로, 대략 20분 정도의 인터뷰를 통해 개인의 경력, 역량, 직업적 관심사를 깊이 파악한다. 단순한 이력서보다 더 다층적인 정보를 수집함으로써 개인화된 일자리 추천과 모의 면접, 직무 코칭까지 제공한다. 반면 ‘질’은 채용 기업의 요구를 수집·분석하고, 적합한 후보자와 연결하는 역할을 수행한다. 이 AI는 직무별 요건뿐 아니라 조직 문화나 성장 단계 등도 고려해 매칭 정확도를 높인다.

출시 6개월 만에 4만9,000명의 구직자들이 잭을 통해 초기 인터뷰를 진행했으며, 런던에 본사를 둔 다수의 고성장 기업들이 질을 활용해 사전 채용 과정을 진행 중이다. 엔코드(Encord) 공동창업자인 에릭 랜도우(Eric Landau)는 “질과의 사용 경험은 기대 이상으로 유의미했으며, 현재 우수한 인재들과 실제로 면접을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해당 플랫폼은 구직자에게는 무료로 서비스되며, 기업은 채용 성사 시 인당 고용 수수료 10%를 지불하는 구조로 수익을 창출하고 있다.

올해 들어 생성형 AI를 활용한 채용 솔루션들의 행보는 더욱 공격적이다. 프리랜서 플랫폼 업워크(Upwork Inc.)는 AI 기반 인터뷰 자동화 기능을 강화했고, AI 채용 스타트업 머커(Mercor Inc.)는 1억 달러(약 1,440억 원)의 대규모 투자를 유치하며 주목받았다. 구글(GOOGL)도 학생 및 초보 구직자를 대상으로 한 실험적 경력 탐색 도우미인 ‘커리어 드리머(Career Dreamer)’를 공개했다.

윌슨은 AI로 인해 채용 환경이 더 악화되었다는 점을 거듭 강조하면서도, 향후 잭앤질이 문제 해결의 키를 쥘 수 있다고 자신감을 보였다. 조달한 자금은 글로벌 진출과 플랫폼 고도화를 위해 사용할 계획이며, 몇 달 내 대규모 기능 업데이트도 예고됐다.

채용 기술 시장이 AI 중심으로 전환되는 가운데 잭앤질이 제시한 개인화된 에이전트 기반 접근법이 기존 관행을 어떻게 대체할지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