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의 대표적 반도체 위탁생산기업인 TSMC(타이완 반도체 제조회사)의 월간 매출 증가세가 둔화되면서, 최근 고성장을 이어오던 인공지능(AI) 산업에 대한 전망을 둘러싸고 회의적인 시각이 확산되고 있다. 시장에서는 이를 단순한 일시적 수치 변화로 보지 않고, 혹시나 AI 열풍이 정점을 찍고 하락 국면에 접어드는 신호일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는 분위기다.
TSMC가 2025년 10월 기준으로 발표한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6.9% 증가했지만, 이는 지난 1년 반 동안 가장 낮은 증가율이다. 전문가 전망치(16% 수준)와는 대체로 부합했음에도 불구하고, 시장 반응은 다소 민감하게 작용했다. 그 이유는 최근까지도 미국 주요 기술기업들이 호실적을 이어가고 있음에도, AI 관련 주식에서 조정세가 나타났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주 후반에는 AI 반도체 생산 기업인 엔비디아를 비롯한 주요 기술주의 주가가 하락세를 보였다. 이러한 흐름은 AI 산업의 수요가 과도하게 부풀려졌다는 일종의 ‘거품론’을 뒷받침하는 근거로 활용되고 있다. 특히 2008년 금융위기 예측으로 유명한 마이클 버리의 투자회사인 사이언 자산운용이 엔비디아와 분석 플랫폼 업체 팔란티어에 대해 ‘풋옵션’(가격 하락에 베팅하는 투자상품)을 매입한 사실도 이 같은 우려를 더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업계에서는 여전히 AI 산업의 성장 가능성에 무게를 두는 분위기다. 엔비디아의 젠슨 황 최고경영자는 최근 대만을 방문해 TSMC에 최신 GPU 아키텍처인 ‘블랙웰’에 필요한 웨이퍼 공급을 늘려달라고 요청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TSMC의 웨이저자 회장도 자사의 생산 능력이 여전히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며, 공급 확대를 위해 노력 중이라고 언급했다.
오픈AI, 마이크로소프트, 구글, 메타 등 주요 글로벌 대기업들 역시 AI 인프라와 기술에 대한 투자를 지속하겠다는 방침을 유지하고 있다. 퀄컴의 크리스티아노 아몬 CEO는 세계가 AI 기술의 장기적 파급력을 과소평가하고 있다고 주장하며, 중장기적 성장을 강조했다. 이런 면에서 TSMC의 일시적 성장 둔화가 반드시 전체 AI 산업의 후퇴를 의미하지는 않는다는 견해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
이 같은 흐름은 향후 AI 관련 기술 수요가 얼마나 지속적으로 실체를 갖고 성장해 나갈 수 있는지를 가늠하는 시험대가 될 가능성이 있다. 반도체 공급망 현황, 주요 기업의 투자 집행 규모, 소비자 서비스 확산 등의 변수가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AI 산업의 거품 논란은 조정과 반등을 반복하는 과정을 거칠 것으로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