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증시에서 인공지능 관련 주식의 고평가 우려가 제기되면서,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지수가 지난주에 7개월 만에 가장 큰 폭으로 하락했다. 여기에 미 연방정부 셧다운 장기화와 주요 경제지표 발표 중단까지 겹치면서 투자심리는 크게 위축됐다.
현지 시각으로 8일, 미국 월스트리트저널과 주요 외신에 따르면 11월 첫째 주(3일부터 7일) 동안 나스닥 종합지수는 3% 하락했다. 이는 지난 4월 초, 미국이 일부 무역 상대국에 새로운 상호 관세 정책을 발표하며 한주간 10% 급락했던 이후 최대 낙폭이다. 특히 이번 하락은 인공지능(AI) 산업의 급성장에 따른 주가 급등세가 지나치게 앞서갔다는 경계심이 확산된 결과로 해석된다.
대표적인 AI 관련 종목의 낙폭도 컸다. 데이터 분석 기업 팔란티어는 실적 발표 이후 한 주 만에 주가가 11%나 급락했다. 오라클과 엔비디아도 각각 9%, 7% 하락했으며, 메타와 마이크로소프트도 각각 4%씩 떨어졌다. 이들 주요 AI 주식 8개 종목의 시가총액만 해도 한 주 동안 약 8천억 달러(한화 약 1천166조 원)가 증발한 것으로 집계됐다. 엔비디아의 경우 지난달 말 시총이 사상 처음으로 5조 달러를 돌파했으나 이번 주에만 약 3천500억 달러, 즉 510조 원 가까운 시가총액이 사라졌다.
나스닥은 최근까지 AI 기술의 기대감과 미국 경기 연착륙 전망에 힘입어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는 랠리를 이어왔으나, AI 산업의 수익성에 대한 회의론이 최근 들어 커지고 있다. 동시에 높은 주가 가치 평가(밸류에이션), 소비 심리 악화, 기업들의 감원 확대 소식까지 겹치면서 매도세가 확산됐다. 특히 연방정부 셧다운이 역대 최장 기록인 36일을 넘기면서 소비 동향과 고용 등 주요 경제지표 발표가 중단된 점은 불안을 더욱 키운 요인으로 분석된다.
시장에서는 개인 투자자들까지도 매수에서 한발 물러난 모습이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는 투자은행 JP모건의 분석을 인용해, 하락장 속에서도 저가매수를 통해 시장을 방어하던 개인 투자자들이 이번에는 관망세로 돌아섰다고 보도했다. 팔란티어나 양자컴퓨팅 관련 종목 등 올해 급등한 종목에서는 차익 실현 매물이 집중적으로 출회됐다. 일부 금융 전문가들은 AI 산업에 대한 과잉 자본 투입이 과거 2000년대 초반 닷컴 버블과 유사한 형태로 진행되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이 같은 흐름은 단기적 조정으로 끝나지 않고, AI 산업이 실제 수익 구조를 얼마나 빠르게 확립할 수 있는지에 따라 장기적 주가 흐름이 결정될 가능성이 높다. 동시에 미국 정부의 정치적 교착 상태와 경제지표 공백 상황이 장기화할 경우, 시장의 불확실성은 더욱 커질 수 있다는 점에서 투자자들의 신중한 접근이 요구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