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크로소프트가 인도와 캐나다에 대규모 인공지능(AI) 인프라 투자를 단행하면서 글로벌 기술 기업들의 데이터 주도권 경쟁이 더욱 본격화되고 있다. 특히 클라우드와 AI 기반 서비스를 확대하려는 노력 속에 인도가 핵심 거점으로 부상하고 있다.
사티아 나델라 마이크로소프트 최고경영자(CEO)는 12월 9일(현지시간) 인도 뉴델리에서 나렌드라 모디 총리와 회동한 뒤, 2026년부터 2029년까지 총 175억 달러(약 26조 원)를 인도 내 클라우드 컴퓨팅 및 인공지능 인프라에 투자하겠다고 발표했다. 이는 마이크로소프트의 아시아 지역 투자 가운데 역대 최대 규모이며, 올해 초 발표한 30억 달러 투자계획의 연장선으로 풀이된다.
이번 투자를 통해 마이크로소프트는 벵갈루루, 하이데라바드, 푸네 등 인도 주요 도시에 데이터센터를 확장하고, 현지에서 약 2만 2,000명을 신규 고용할 예정이다. 또한 인도 노동 관련 시스템에 AI 기능을 접목시켜 고용 매칭과 복지 서비스 개선에도 나선다. 한편, 이번에 처음 선보인 ‘주권 클라우드’는 인도의 데이터 주권을 존중해 모든 데이터를 국내에 보관할 수 있도록 설계된 것이 특징이다.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이 인도에 주목하는 배경에는 세계 최대인 약 10억 명의 인터넷 인구와 풍부한 이공계 인재풀이 자리하고 있다. 다만, 인도가 아직 반도체 제조 기술 기반은 미흡한 편이라 그간 투자는 데이터를 처리하고 저장하는 데이터센터를 중심으로 이뤄져 왔다. 실제로 구글도 지난 10월, 인도 남부 안드라프라데시주에 약 150억 달러 규모의 데이터센터 건설 계획을 밝힌 바 있다.
같은 날 인텔의 립부 탄 CEO도 모디 총리와 면담을 갖고 ‘인도 반도체 미션’에 대한 지지를 공표했다. 그는 인도의 포괄적인 반도체 정책 방침을 지지하면서, 자사도 해당 전략에 적극 협력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이는 향후 인도가 반도체 생산 역량을 기반으로 AI 생태계를 확장하려는 정부 의지와 연결된다.
한편 마이크로소프트는 캐나다에도 추가적인 AI 인프라 투자 계획을 내놨다. 2025년부터 2년간 75억 캐나다달러(약 8조 원)를 투입해 클라우드 용량을 증설하기로 했으며, 이를 포함하면 2023년부터 2027년까지 캐나다 누적 투자 규모는 총 190억 캐나다달러(약 20조 원)에 달할 전망이다. 특히 현지 AI 스타트업 ‘코히어’와의 협력도 병행하며, AI 생태계 전반을 강화하겠다는 구상이다.
이 같은 흐름은 글로벌 기술 기업 간 클라우드 및 AI 인프라 주도권 경쟁이 각국의 정책 방향, 인재 확보, 데이터 주권 문제와 맞물려 더욱 치열해질 가능성을 시사한다. 특히 인도처럼 인구와 기술 양면에서 잠재력이 큰 국가들이 새로운 기술 패권의 주요 전장으로 부상하고 있다는 점에서, 해당 시장을 둘러싼 투자는 더욱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