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이 과장된 기대의 터널을 벗어나 기업 경영에 실질적인 가치를 더하는 전환점을 맞이하고 있다. 비용 절감과 생산성 향상 등의 AI 투자 수익률(AI ROI)이 핵심 성과 지표로 부각되며, 델 테크놀로지스(Dell Technologies)는 자율 에이전트와 데이터 중심 전략을 토대로 AI 수익 실현의 선두주자로 부상하고 있다.
존 루이스(John Roese) 델의 최고기술책임자(CTO) 겸 최고 AI 책임자는 최근 더큐브(theCUBE) 인터뷰에서, 기업들이 이제야 AI 도입과 실제 비즈니스 성과 간의 연결 고리를 이해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판매 비용 구조, 공급망 운영, 제품 개발 과정 전반이 AI의 도입으로 변화하고 있다”며, “이제는 AI 투자가 단순 연구나 시범 단계를 넘어 구체적인 재무 효과로 이어지는 시점에 와 있다”고 설명했다.
델은 자율 에이전트를 기업 내 전면 도입하며 AI 공장(AI Factory)의 개념을 현실화하고 있다. 지난해부터 자체 업무에 완전히 자동화된 에이전트를 실험해온 델은, 초기 가설과는 달리 이 기술이 기업 내에서 훨씬 더 파괴적이며 광범위하게 작동할 수 있음을 확인했다. 루이스는 “오늘날 우리는 에이전트를 단순 예약 도우미 정도로 인식하지만, 실제로는 더 큰 조직 구조와 업무 방식을 근본적으로 바꾸는 주체로 진화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러한 변화는 대규모 언어모델(LLM) 자체보다는 이를 뒷받침하는 ‘데이터’의 품질에 달려 있다는 것이 델의 판단이다. 특히 자체 지식 그래프를 구축하고 그 속에서 고유한 기업 전문성을 추출해낸 기업들이 AI ROI를 실현하는 데 유리하다. 루이스는 “진정한 경쟁력은 독자적인 데이터를 보유하고, 이를 통해 자율 에이전트를 훈련시킬 수 있는 곳에 있을 것”이라며 “마이클 델도 오랫동안 ‘기업에서 가장 중요한 자산은 데이터’라고 강조해왔다”고 밝혔다.
다만 고도화된 AI 운용은 높은 수준의 데이터 거버넌스를 전제로 한다. 수많은 AI 파일럿 프로젝트(POC)에 머무른 채 방향성을 잃은 채 방황하는 기업들이 여전히 다수이며, 이들과 달리 명확한 범위를 정하고 하나의 고임팩트 프로젝트를 실제 운영에 접목한 기업들이 AI ROI 실현 경쟁에서 앞서가는 추세다. 루이스는 “한 건의 대규모 프로젝트가 실행돼 수천만 달러를 절감하는 것만으로도 기업은 이미 우위를 확보한 것”이라며, 이후 이를 복제·확산시키는 체계가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델은 정부 및 글로벌 대기업 대상의 AI 인프라 구축 사업을 확대하는 동시에, 내재화된 에이전트 시스템과 고유 데이터를 활용한 수익 모델을 본격적으로 가동하며 차세대 AI 데이터센터의 전략 구도를 형성하고 있다. 기존의 기술 가능성 중심 논의에서 벗어나, 기업과 정부 모두가 AI의 실질적 가치를 측정하고 재현하는 방식에 주목하기 시작한 것이다.
이처럼 자율 에이전트와 데이터 운영 거버넌스를 중심으로 AI 공장 구축을 선도하는 델의 전략은, AI 기술이 수익성과 지속 가능성을 동시에 잡을 수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로 평가된다. AI가 기업의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작동하려면, 고성능 모델 이상으로 체계적인 데이터 자산 관리와 신뢰 가능한 ROI 실현 전략이 전제돼야 한다는 점이 다시금 부각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