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의 확산이 장기적으로는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해 고용시장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전망과 함께, 단기적으로는 구조적 실업을 유발할 수 있다는 경고도 나왔다. 한국은행 뉴욕사무소는 최근 보고서를 통해 미국의 고용시장 변화에 AI가 미치는 영향을 분석하며 이 같은 진단을 내놨다.
보고서에 따르면, 2025년 하반기 들어 미국의 고용지표가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배경 중 하나로 AI 기술의 확산에 따른 노동력 대체 현상이 지목됐다. 즉, 기업들이 반복적인 업무나 단순 업무를 AI와 자동화 시스템으로 대체하면서 일부 직종에서 채용 수요가 줄고 있다는 것이다. 다만 이는 현재로서는 제한적인 현상이며, 장기적으로는 새로운 기술 기반의 일자리가 생겨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서는 평가했다.
그러나 구조적인 측면에서 보면 AI 기술의 빠른 도입이 일자리를 오랫동안 줄이는 방향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특히 해당 보고서는 경기 둔화와 AI 자동화가 동시에 이뤄질 경우, 실업자가 재취업하기 어려워 구조적 실업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는 단순히 일시적인 인력 감축이 아닌, 노동시장 자체의 형태가 바뀌면서 생기는 고용 불균형을 의미한다.
AI 기술은 고용 외에도 통화정책과 같은 거시 경제 변수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분석도 눈길을 끈다. 예를 들어, AI로 인한 생산성 향상은 중립금리(인플레이션을 자극하지 않고 고용을 최대화할 수 있는 실질금리) 수준 자체를 바꿀 수 있으며, 이는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연준)의 기준금리 운영 방식에도 전환을 요구할 수 있다. 자연실업률 등 고용시장 내부 지표들도 변화할 수 있어 중앙은행의 대응 방식이 재조정될 가능성이 있다.
한편, 동일 보고서에서는 관세 정책이 미국 물가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도 분석했다. 최근 미국 내 일부 기업들이 트럼프 행정부 시절 부과된 관세로 압박을 받는 가운데, 제품 가격 인상을 통해 이를 소비자에게 전가하려는 움직임이 계속되고 있다. 미국 리치먼드 연방준비은행의 조사에 따르면, 응답 기업의 40% 이상이 이미 가격을 인상했으며, 아직 인상하지 않은 기업 중에서도 상당수가 앞으로 인상을 고려 중이다. 이에 따라 물가 상승 압력이 상당 기간 지속될 가능성이 제기됐다.
AI 기술과 무역정책이 동시에 노동시장과 물가에 변화를 일으키면서, 앞으로의 미국 경제는 전통적인 경기 순환 외에도 기술 진보의 충격을 반영한 새로운 변동성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구조적 실업 확대나 통화정책 재조정 같은 사안은 정책 당국의 대응 능력 여부에 따라 시장 안정성에 큰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