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원·달러 환율이 6개월 연속 상승하면서, 이 같은 흐름이 내년 국내 소비자물가에 영향을 줄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한국은행과 여러 국내외 기관들은 환율 급등에 따라 내년 물가상승률 전망치를 일제히 상향 조정했고, 정부는 서민층의 실질 부담 가중에 대비해 생활물가를 집중 관리하겠다는 방침을 내놓았다.
한국은행 경제통계에 따르면, 원·달러 월평균 환율은 올해 6월 1,365.15원을 기록한 후 매달 상승했다. 11월에는 1,460.44원을 넘어섰고, 이어 12월 들어서도 하루 평균 1,472.49원을 기록해 사실상 6개월 연속 오름세가 이어지고 있다. 이러한 고환율은 수입 원가 상승을 유발하고, 이는 곧 생산자물가와 소비자물가에 단계적으로 전이되는 구조다. 실제로 11월 수입물가는 전월보다 2.6% 올라 약 1년 7개월 만에 최대폭을 기록했으며, 생산자물가도 같은 달 0.3% 상승하면서 세 달 연속 오름세를 보였다.
소비자물가 역시 연속적인 상승 흐름을 나타내고 있다. 지난 8월 1.7% 수준이던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9월 2.1%, 10월 2.4%로 상승폭을 키운 뒤 11월에도 2.4%를 유지했다. 한국은행은 이에 따라 지난달 기준 내년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치를 당초 2.0%에서 2.1%로 올렸으며, 환율이 1,470원 수준을 지속할 경우 2.3%까지 올라갈 수 있다고 덧붙였다. 아시아개발은행, 국제 투자은행, 국내 증권사 등 주요 기관들도 전망치를 일제히 상향했다.
이처럼 물가가 점차 오름세를 이어가면서 가장 큰 타격은 저소득층에 집중될 것으로 보인다. 작년 소득 하위 20% 가구는 근로소득이 1년 전보다 1.3% 줄어들며 2018년 이후 처음 감소했다. 게다가 이들 가구는 지출의 약 40%를 먹거리, 주거, 에너지 요금 등 생계 필수 항목에 사용하고 있어, 물가 상승으로 실질적인 생계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 생활물가지수도 지난달 2.9% 상승하며 1년 4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으로 올랐다.
전문가들은 고환율이 지속될수록 소비자물가 상승 압력이 더욱 커질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김광석 한국경제산업연구원 실장은 환율 인상 → 수입물가 상승 → 생산자·소비자물가 전이의 전형적 구조를 설명하며, 이런 과정에서 대기업과 고소득층은 충격을 흡수할 여력이 있지만 중소기업 근로자나 취약계층은 버텨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도 이러한 구조가 사회적 양극화를 심화시킬 수 있다고 경고한 바 있다.
정부는 이를 해소하기 위해 생활물가 안정 대책에 본격 돌입할 계획이다. 각 부처 차관급 인사를 물가안정책임관으로 지정해, 농산물·가공식품·에너지 등 주요 생필품 가격을 부처별로 집중 관리하겠다는 방침이다. 이는 서민의 실질 체감물가 부담을 줄이기 위한 대응으로 풀이된다.
이 같은 고환율 기조와 그에 따른 물가 상승 압력은 당분간 유지될 가능성이 있다. 미국의 기준금리 인하 시점이 늦어지고 주요국 경제 회복 흐름이 확실치 않은 가운데, 원화 약세 흐름이 짧은 시간 내 반전되기 어려워 보이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내년 소비자물가도 2% 초중반대를 중심으로 오름세를 이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의 물가 대응 정책이 실효성을 발휘하지 못할 경우, 특히 취약계층의 체감 고통이 더욱 커질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