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이 소프트웨어 산업 전반에 걸친 지형을 흔들고 있다. 월가에서는 AI 기술 확산이 서비스형 소프트웨어(SaaS) 기업들의 성장 속도를 둔화시키거나 심지어 위협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며, 서비스나우(NOW), 세일즈포스(CRM), 팔란티어(PLTR) 등 대표 SaaS 기업들의 주가가 큰 폭으로 하락했다. 이는 AI가 기존 소프트웨어 수요를 대체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면서 비롯된 반응이다.
하지만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월가의 반응이 과도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과거 마이크로소프트(MSFT)에서 오랜 기간 근무한 소프트웨어 개발자 데어 오바산조는 "AI가 소프트웨어 산업을 침몰시킬 빙산이라는 비유는 지나치다"고 일갈했고, 마이크로소프트 전 임원 스티브 시노프스키 역시 "소프트웨어는 사라지지 않으며 오히려 종류와 수요가 늘어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런 견해에 공감하며 전문가들은 아직 AI가 소프트웨어 업계를 대체하기엔 역부족이라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아이러니하게도 AI 관련 기업 역시 막대한 인프라 투자에 따른 수익성 우려로 투자자들의 신뢰를 완전히 얻지 못하는 상황이다. 알파벳(GOOGL)은 AI와 클라우드 중심의 호실적을 발표했음에도 설비투자 확대 계획 탓에 주가가 4% 하락했다. 아마존(AMZN)도 2026년 자본 지출을 2,000억 달러(약 288조 원)로 상향 조정하자 시간 외 거래에서 주가가 10% 가까이 급락했다. 오라클(ORCL)은 AI 데이터센터 확장을 위해 500억 달러(약 72조 원)를 조달할 계획이라고 밝혔고, 마이크로소프트도 유사한 투자를 예고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AI 유망 기업들에 대한 자금 유입은 여전히 활발하다. 음성 AI 스타트업 일레븐랩스는 5억 달러의 투자 유치를 통해 기업가치를 세 배 이상 끌어올렸고, AI 칩 신생 기업 세레브라스는 상장을 앞두고 10억 달러(약 1조 4,400억 원)를 추가로 확보했다. 포지트론도 2억 3,000만 달러(약 3,300억 원)의 자금을 모으며 유니콘 반열에 올랐다. 엔비디아를 위협할 대체 기술로 투자자들의 기대를 받고 있는 이들 기업은 GPU 수급난 속에 뚜렷한 시장 기대를 얻고 있다.
AI의 비즈니스 모델을 둘러싼 경쟁도 거세다. 오픈AI는 광고 도입 가능성을 시사했고, 알파벳은 이미 일부 챗봇에 광고를 시도하는 반면, 앤트로픽은 광고 없는 접근 방식을 고수하며 슈퍼볼 광고로 이목을 끌었다. 이들 기업은 새로운 모델을 앞다퉈 공개하며 기술 격차를 좁히고 있다.
한편, 일론 머스크(Elon Musk)는 자신이 설립한 xAI를 스페이스X에 합병시키며 우주 데이터센터 구상에 시동을 걸었다. 다만 아마존웹서비스(AWS)의 CEO 맷 가먼은 "우주 인프라는 아직 요원하다"고 선을 그었다. 대신 그는 미국 기업들이 해외 주권 클라우드시장에 참여할 수 있는 여건 조성이 더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시장 전반의 투자 불확실성 속에서도 팔란티어는 70%의 매출 성장과 함께 긍정적인 실적 전망을 내놓으며 투자자 기대를 웃돌았다. 반면 세일즈포스와 아틀라시안(TEAM)은 AI로 인한 경쟁 심화와 클라우드 성장 둔화 우려 탓에 주가 하락을 피하지 못했다. 전문가들은 현재 AI 투자와 수익성 사이의 간극이 시장 불안을 키우고 있으나, 장기적으로는 새로운 경제 패러다임을 창출할 기회가 될 수 있다고 전망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