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에너지·데이터 인프라 기업 테라울프(TeraWulf)가 약 190억 달러(약 28조4,544억 원) 규모의 장기 계약을 따내며 ‘AI 데이터센터’ 중심 전략을 공식화했다. 전력·부지·운영을 직접 보유하는 수직 통합 모델이 수요 확대와 맞물리며 시장에서 존재감을 키우는 모습이다.
폴 프라거(Paul Prager) CEO는 뉴욕증권거래소에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이번 20년 계약은 AI 컴퓨팅 수요 급증을 반영하며, 당사의 전략을 입증한다”고 밝혔다. 계약은 경쟁 입찰을 통해 성사됐으며, 핵심 평가는 ‘안정적인 전력 접근성과 장기 인프라 확보 능력’이었다. 테라울프는 이미 뉴욕 레이크 마리너 캠퍼스에서 앤트로픽, 구글과 협업해온 이력이 있어 고객사와의 관계도 구축된 상태다.
이번 수주는 회사의 현재 시가총액을 웃도는 규모로, 사업 구조 전환의 분기점으로 평가된다. 테라울프는 비핵심 자산을 정리하고, 전액 지분을 보유한 AI 인프라에 자본을 집중하는 방향으로 포트폴리오를 재편 중이다. 프라거는 애버내시 프로젝트 지분 매각과 관련해 “AI 전략을 포기한 것이 아니라 자본 배분을 ‘규율 있게’ 수행한 결과”라며, 확보한 자금을 켄터키 동부 등 신규 데이터센터에 재투자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부지·전력·운영을 일체화하면 고객 관계와 장기 수익을 더 안정적으로 관리할 수 있다는 판단이다.
다만 실행에는 시간이 걸린다. 켄터키 프로젝트는 2028년부터 단계적으로 가동될 예정이며, 건설은 플루어(Fluor)가 맡는다. 프라거는 “장비보다 ‘숙련 인력과 시공 파트너 확보’가 더 큰 병목”이라며, 초대형 AI 시설이 고도화될수록 인력 수급 난도가 커진다고 지적했다. 그럼에도 고객이 최우선으로 보는 요소는 여전히 ‘신뢰 가능한 전력 인접성’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주목할 점은 비트코인(BTC) 채굴에서의 사실상 이탈이다. 프라거는 “전력 자산을 이미 보유한 상황에서 채굴은 유연한 전력 수요처였지만, 상품 가격에 연동된 수익 구조는 예측 가능한 장기 현금흐름을 제공하지 못했다”며 “현재 우리는 비트코인 사업에 관여하지 않는다”고 선을 그었다. 대신 AI 인프라가 회사의 본질적인 사업과 더 잘 맞는다는 입장이다.
향후 리스크 요인으로는 ‘전력의 질’이 꼽힌다. 프라거는 “모든 메가와트가 동일하지 않다”며 미국 내 전력 부족과 품질 격차를 경고했다. 성공적인 AI 캠퍼스 구축에는 안정적 발전원, 이중화된 송전, 우호적 규제, 지역사회와의 협력까지 복합 요건이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테라울프는 기존 산업 부지 재개발과 신규 발전 설비 확충을 병행해, AI 시설과 전력망을 동시에 강화하는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AI 데이터센터 수요가 빠르게 확대되는 가운데, 전력과 인프라를 직접 통제하는 사업자의 경쟁력이 부각되고 있다. 이번 계약은 단순 수주를 넘어, 채굴 중심에서 AI 인프라 중심으로 이동하는 산업 구조 변화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