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격 근무자와 디지털 노마드들이 가상화폐로 월세를 납부하는 시대가 열렸다. 특히 비트코인(BTC)을 활용한 렌트 결제는 블록체인 기반 임대 플랫폼과 스마트 계약(smart contract)의 등장으로 한층 간소화됐고, 전 세계적으로 사용 가능성이 확산되는 추세다. 직접적인 암호화폐 지불부터 스테이블코인, 에스크로 서비스 등을 활용한 간접 결제까지 다양한 방식이 등장하면서, 비트코인 렌탈은 이제 더 이상 실험이 아닌 현실적인 대안으로 자리잡고 있다.
이 같은 흐름은 마이애미를 비롯해 리스본, 베를린, 토론토, 파리 등 주요 도시를 중심으로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블록체인 기술이 적용된 임대 계약은 거래 투명성을 높이고 서류 분쟁을 줄이는 한편, 정산 속도 역시 획기적으로 단축시킨다. 특히 국경을 넘는 임차인과 임대인에게는 지연 없는 암호화폐 결제가 매우 유용하다.
비트코인 렌트 결제가 주목받고 있는 또 다른 이유는 번거로운 환전 과정을 생략할 수 있다는 점이다. 예컨대 달러화를 유로화로 전환할 때 발생하는 비용보다 비트코인 평균 거래 수수료가 저렴하다는 점이 매력으로 작용한다. 미국 시장조사업체 Y차츠(YCharts)에 따르면 2025년 7월 기준 비트코인 1건당 평균 수수료는 1.064달러(약 1,480원) 수준이었다.
물론 비용 이점과 기술적 편의성 외에도 암호화폐의 고변동성과 각국의 법률 제약은 숙고해야 할 요소다. 이에 따라 직접 결제를 선호하는 이용자들은 비트코인을 임대인의 지갑으로 송금하는 방식을 택하는 반면, 간접 결제를 통해 스테이블코인으로 정산받는 방식도 점차 확산되고 있다. 비트페이(BitPay), 코인베이스 커머스(Coinbase Commerce) 등의 중개 수단을 사용하면, 임차인은 암호화폐로 납부하고 임대인은 법정화폐로 수령할 수 있어 계약 당사자 간 리스크를 줄일 수 있다.
비트코인 렌트를 공식적으로 수용하고 있는 대표 도시는 미국 플로리다주의 마이애미다. 이곳은 매년 세계 최대 수준의 비트코인 콘퍼런스가 열리는 도시로, 과거에는 프란시스 수아레즈 당시 시장이 시정부 월급을 비트코인으로 받기도 했다. 더 라이더 레지던스(The Rider Residences) 같은 고급 콘도 개발사는 실제로 비트코인 주택 거래를 진행한 바 있으며, 윈우드(Wynwood)와 브릭켈(Brickell), 다운타운 일대에서는 비트코인 렌트 문의가 점점 늘고 있는 추세다.
한편, 중남미의 엘살바도르 엘손테와 아르헨티나 로사리오 같은 지역은 비트코인을 지역 경제와 부동산 거래에 실제로 통합하고 있는 사례로 주목받고 있다. 이러한 호텔형 레지던스나 공동주택은 전통 금융 시스템을 거치지 않고도 입주 및 거주가 가능해지면서, 크립토 투자자 및 디지털 노마드들의 새로운 거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블록체인 기반 임대 계약은 시간과 비용을 아끼는 도구를 넘어서, 임대인과 세입자 간 신뢰의 연결고리로 진화 중이다. 암호화폐가 아직 제도권 금융에 완전히 편입되지는 않았지만, 그 가능성을 현실로 보여주는 글로벌 도시들의 움직임은 앞으로 관련 시장 확장을 가속화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