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격 근무자와 디지털 노마드들이 주요 도시와 해안 관광지에서 비트코인(BTC)으로 임대료를 지불할 수 있는 시대가 현실이 됐다. 블록체인 기반의 임대 플랫폼과 스마트 계약 기술의 발전 덕분에, 비트코인은 이제 단순한 투자 자산을 넘어선 실용적인 결제 수단으로 자리잡고 있다.
이미 마이애미, 리스본, 베를린, 토론토, 파리 등 세계 주요 도시에서는 BTC 임대가 점차 일반화되고 있다. 특히 지난 4월 미국 마이애미 윈우드 지역에서는 한 고급 콘도 단지에서 지갑 간 직접 비트코인 거래가 성사돼 주목을 받았다. 이처럼 거래 속도와 투명성, 맞춤형 결제 방식 등이 BTC 기반 임대 확산의 핵심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임대차 계약을 블록체인 스마트 계약으로 자동화하면 지불 일자나 보증금 조건 등이 정형화되고, 분쟁 소지도 크게 줄일 수 있다. 특히 국제 간 임대 거래의 경우, 비트코인을 이용하면 송금 지연이나 은행 수수료 없이 거의 즉시 정산이 가능해지고, 번거로운 환전 비용도 피할 수 있다. 예를 들어, 2025년 7월 기준 비트코인 평균 거래 수수료는 약 1.064달러(약 1,478원) 수준으로, 전통 은행 대비 훨씬 낮은 부담이다.
수요가 증가하면서 비트코인 임대 결제도 크게 두 가지 방식으로 나뉘고 있다. 첫째는 직접 결제 방식으로, 세입자가 집주인의 디지털 지갑에 비트코인을 바로 송금하는 방법이다. 비용이 저렴하고 빠르지만, 가격 변동성과 세무 처리가 불완전한 지역에서는 다소 리스크가 따른다. 둘째는 간접 결제 방식으로, 코인베이스 커머스 같은 제3자 서비스를 통해 세입자는 암호화폐로 결제하되, 집주인은 미화나 유로 등 법정화폐로 임대료를 수령한다. 상대적으로 복잡한 규제를 회피하고, 재무기록도 명확히 남길 수 있어 비트코인에 익숙하지 않은 임대인에게 유리하다.
글로벌 코리빙 네트워크들도 이러한 흐름에 합류하고 있다. 블록체인과 디지털 자산에 익숙한 전문가들을 대상으로 하는 임대 서비스들은 비트코인 수납을 전면 도입해, 전통 금융 시스템을 우회하려는 수요층을 적극 유인하고 있다.
특히 마이애미의 사례는 비트코인 임대 확산의 상징적 도시로 주목된다. 비트코인 컨퍼런스 개최지인 만큼 도시 행정 전반에서도 암호화폐 친화적 정책이 강하게 작동 중이다. 프란시스 수아레즈 전 시장은 시장 급여를 비트코인으로 수령한 대표적 정치인이다. 윈우드, 브리켈, 다운타운 등 마이애미의 주요 주거 지역에서는 일부 개발업체들이 암호화폐 결제를 수용하고 있고, 조건 협의만 가능하다면 세입자와 집주인이 비트코인으로 월세 납부 계약을 맺는 사례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엘 손테(El Zonte), 로사리오(Rosario) 등의 소규모 지역에서도 비트코인 기반의 지역 임대 시스템이 뿌리내리고 있다는 점은 이 추세가 단순한 실험을 넘어서고 있음을 보여준다. 향후 블록체인 기술이 더욱 표준화된다면, 비트코인이나 스테이블코인 중심의 글로벌 임대 시장이 만들어질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