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호화폐 산업이 과거의 불확실성과 냉대에서 벗어나 점차 기존 금융 시스템의 한 축으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 뉴욕증권거래소에 상장된 불리시(Bullish)의 성공적인 데뷔가 이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이는 규제를 준수하면서도 확장성을 갖춘 하이브리드 모델이 주류 금융권에서 얼마나 실제 수요가 있는지를 보여주는 사례다. 전통 금융과 블록체인 기업들의 협업이 본격화되면서 디지털 자산 거래는 제도권 안에서 새로운 성장 동력을 얻고 있다.
실리콘밸리 대표 분석 플랫폼인 더큐브(theCUBE)의 존 퓨리어(John Furrier)와 데이브 벨란테(Dave Vellante)는 최근 더큐브와 뉴욕증권거래소가 공동 주최한 ‘크립토 트레일블레이저스(Crypto Trailblazers)’ 행사에서 이 같은 흐름을 집중 조명했다. 두 전문가는 이더리움을 중심으로 한 레이어1·2 네트워크 급부상, 규제 명확성을 담은 ‘지니어스법(GENIUS Act)’의 영향력, 그리고 기관 투자자 유입이 주류 채택의 속도를 높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행사에서는 전통 금융, 스타트업, 기술기업 리더들이 참여해 9가지 관점에서 왜 ‘주류 암호화폐 채택’이 가속화되고 있는지를 설명했다. 체인링크랩스의 공동 창업자인 세르게이 나자로프(Sergey Nazarov)는 기관이 채택할 수 있는 투명하고 실시간 검증 가능한 블록체인 기반의 인프라가 새 금융 질서를 구축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탈로스(Talos)는 암호화폐 통합 접근성 확대에 주력하며, 거래소, OTC 데스크, 수탁사 등을 단일 플랫폼으로 연결하는 한편, 코인 메트릭스 인수를 통해 데이터 역량을 대폭 강화하고 있다. 와이지아이랩스(YZi Labs)의 엘라 장(Ella Zhang)과 알렉스 오다가이우(Alex Odagiu)는 블록체인, AI, 바이오테크 융합을 통해 실험적 스타트업을 실현 가능한 회사로 육성하는 전략을 강조했다.
이더 머신(The Ether Machine)의 앤드루 키스(Andrew Keys)는 기관 생태계에서 이더리움의 스테이킹 전략이 상장지수펀드(ETF)를 뛰어넘는 수익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아바랩스(Ava Labs)의 루이지 디메오(Luigi Demeo)는 게임, 고객 로열티, 실물자산 토큰화 등 다양한 산업이 암호화폐에 입각한 경제 시스템을 새롭게 구성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블록체인 기반 AI 회사인 오픈레저(OpenLedger)는 인공지능 학습 데이터를 유저가 제공하고 보상받는 ‘페이어블 AI’ 모델을 추진 중이다. 이를 통해 AI 모델 품질 향상과 데이터 제공자의 경제 참여가 가능해진다.
성장 요인으로 ‘규제 명확화’를 꼽은 앵커리지(Anchorage)의 공동 창업자 디오고 모니카(Diogo Monica)는 스테이블코인 채택, 전략적 인수합병, 제도권 자금의 유입이 암호화폐 산업에 다시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고 말했다. 하드웨어 지갑으로 유명한 레저(Ledger)도 기업 시장을 겨냥해 지갑, 지불, 스테이킹, 멀티체인 회계 시스템으로 사업을 확장 중이다.
마지막으로 알케미(Alchemy)의 니킬 비스와나단(Nikil Viswanathan)은 현재 상황을 ‘윈도우95의 순간’에 비유하며, 개발자와 기업이 탈중앙화 인프라를 기반으로 대규모 디지털 금융 시스템을 구축할 수 있는 출발점이 마련됐다고 분석했다.
이 같은 변화는 단순한 투자 붐을 넘어, 암호화폐의 제도화, 통합화, 그리고 확장성 확보라는 과제를 해결해 나가는 중요한 전환점이다. 기술적 진보, 규제 체계 정비, 그리고 글로벌 자본 유입이 맞물리며, 암호화폐는 다시 한 번 금융 산업의 메인스트림에 도전장을 내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