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가포르의 대표 은행인 OCBC은행이 1조 3,900억 원 규모의 블록체인 기반 미국 상업 어음(USCP) 프로그램을 새롭게 출범했다. 기존의 350억 달러(약 48조 6,500억 원) 규모 전통 상업 어음 프로그램에 이어 디지털 채권 시장에서도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는 것이다.
이번 디지털 발행은 JP모건의 디지털 채권 플랫폼 ‘디지털 데트 서비스’와 퍼미션드 블록체인인 ‘키넥시스(Kinexys)’를 통해 실행됐다. OCBC는 기존 아날로그 채권 시장을 넘어 블록체인으로 발행, 결제, 기록, 사후 관리까지 전 과정을 옮김으로써 자금 조달 속도를 획기적으로 높였다. 실제로 시범으로 발행한 1억 달러(약 1,390억 원) 규모의 어음은 발행 즉시 수분 만에 자금이 OCBC 계좌에 입금됐다.
과거에는 분산원장기술(DLT)을 사용한 채권 발행은 신용등급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있었지만, 이번엔 정반대의 결과를 낳았다. 세계적 신용평가사인 무디스와 피치는 각각 P-1과 F1+ 등급을 부여하며, 최고 수준의 단기 신용도를 인정했다. 이는 키넥시스 네트워크의 투명성과 신뢰성이 금융기관에도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방증이다.
딜러로는 JP모건이 단독 참여했으며, OCBC는 향후 해당 플랫폼을 통해 단계적으로 발행량을 확대할 계획이다. 이번 프로젝트는 디지털 채권 시장이 단순한 실험 단계를 넘어 본격적인 제도권 금융 수단으로 자리 잡을 수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로, 은행권과 기관 투자자들의 관심을 더욱 끌어올릴 전망이다.
최근 JP모건은 스테이트 스트리트를 키넥시스 플랫폼의 제3자 수탁자로 영입하며 생태계 강화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글로벌 기관들이 연이어 진입하는 가운데, OCBC의 이번 행보는 토큰화된 채권 및 블록체인 기반 증권화 시장 확산의 분기점이 될 가능성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