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자산 시장의 기반으로 자리 잡은 스테이블코인이 또 한 번의 진화를 예고하고 있다. 스테이블코인 2.0으로 명명된 이번 변화는 단순히 달러를 온체인에 옮기는 것을 넘어, 이를 생산적인 금융자산으로 재구성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기존 스테이블코인이 디지털 경제의 연료 역할을 했다면, 차세대 모델은 수익을 창출하고 교환 가능한 금융 수단으로 거듭나고 있다.

기존 스테이블코인의 구조는 단순했다. 테더(USDT), USDC 등은 전액 준비금 기반으로 설계돼 신뢰성과 환금성을 제공했지만, 금리가 발생하더라도 이자 수익은 발행사가 독점했다. 보유자는 어떠한 수익도 기대할 수 없다는 점에서 이러한 설계는 디지털 자산 초기 단계에서는 적절했지만, 이제는 시대에 뒤처진 모델이 됐다.

이제 변화의 물결이 본격화되고 있다. 두 번째 물결은 스테이블코인의 수익을 분리하고, 이를 개별 자산으로 토큰화하는 구조를 도입해 투자 효율성을 극대화한다. 즉, 본래의 스테이블코인은 여전히 지급 수단으로 기능하면서, 담보 자산에서 발생하는 이자는 별도의 수익 토큰으로 나타난다. 이를 통해 수익 자체가 유동성과 교환성을 가진 새로운 화폐로 자리잡게 된다.

이러한 발상은 이미 실현 단계에 접어들었다. 블랙록의 BUIDL 펀드는 출시 1년 만에 운용 자산 10억 달러(약 1조 3,900억 원)를 돌파했고, 전 과정이 온체인에서 이뤄진다. 프랭클린템플턴의 머니마켓 펀드 또한 일일 이자를 계산해 매월 지급하고 있으며, 일부 디파이 프로토콜은 국채 금리를 유지한 상태에서 유동성을 확보할 수 있는 장치를 제공하고 있다. 단순한 실험이 아닌, 진정한 온체인 금융 시스템의 서막인 셈이다.

스테이블코인 2.0에서 핵심은 이중 토큰 구조다. 하나는 유통 가능한 디지털 달러 역할을, 다른 하나는 이자 수익권을 나타낸다. 이에 따라 단순 결제 수단이었던 스테이블코인은 수익과 유동성을 동시에 제공하는 복합 금융 상품으로 업그레이드된다. 담보 자산 역시 기존의 현금 기반에서 벗어나, 국채, 머니마켓 펀드, 기관 투자 등급의 채권, 토큰화된 신용 등 고급 자산군으로 다변화되고 있다.

이러한 구조는 발행자 입장에서 수익을 점유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사용 주체가 수익을 분할해 보유하거나 재투자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예를 들어, 수백억 원 규모의 결제를 담당하는 대기업은 기존에는 블록체인 기반 스테이블코인을 통해 결제 효율만 개선할 수 있었다. 그러나 스테이블코인 2.0 구조에서는 해당 기업이 자체 스테이블코인을 발행하고, 거래망 내에서 활용하면서 발생하는 이자 수익을 스스로 확보할 수 있다.

또한 규제 측면에서도 추세는 긍정적이다. 유럽연합의 'MiCA' 규정은 이미 스테이블코인 발행사에 대한 공식 프레임워크를 제공하고 있으며, 홍콩과 싱가포르는 상업적 스테이블코인 활용에 문호를 개방하고 있다. 미국에서도 초당적 입법 움직임이 가시화되며, 대형 자산운용사들이 스테이블코인 준비금을 온체인에서 직접 보관할 수 있도록 기반을 마련하고 있다. 이처럼 신뢰 가능한 담보와 투명한 수익 구조가 마련되면서 스테이블코인은 미래 금융 인프라의 핵심 구성 요소로 부상하고 있다.

더 나아가 이러한 진화는 소비자와 정부, 그리고 디파이 생태계 모두에 실질적인 혜택을 제공한다. 소비자는 단순 결제수단이 아닌 수익을 창출하는 디지털 달러를 보유할 수 있으며, 기업은 비유동 자금을 유동성과 수익을 동시에 가진 자산으로 전환할 수 있다. 정부는 주권을 유지한 채 수익을 보장하는 디지털 화폐 발행이 가능해진다. 디파이에도 협업 가능한 수익 구조가 내재된 새로운 블록이 생겨나는 셈이다.

결국 스테이블코인의 진화는 디지털 자산이 화폐로서 어떻게 진정한 가치를 구현할 수 있는가에 대한 고민의 산물이다. 첫 번째 장이 '디지털화'였다면, 두 번째 장은 '생산성'으로 향하고 있다. 이 거대한 전환은 이미 시작되었고, 그 방향은 명확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