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플(XRP) 기반 상장지수펀드(ETF)가 본격적으로 시장에서 투자자 수요를 시험받게 된다. 이번 주 미국에서 첫 현물 XRP ETF인 ‘REX-오스프리 ETF(XRPR)’의 출시가 예고되며, 해당 상품이 전통 금융 시장에서 암호화폐 투자 수요를 얼마나 이끌어낼 수 있을지 업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노바디우스자산운용(NovaDius Wealth Management)의 대표 네이트 제라시(Nate Geraci)는 이번 ETF 출시가 “XRP에 대한 수요를 가늠할 수 있는 의미 있는 시험대가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제라시는 XRP를 추종하는 기존 선물 ETF들이 이미 운용 자산 10억 달러(약 1조 3,900억 원)를 넘겼다는 점을 언급하며, 현물 ETF로의 전환이 시장에 미칠 파급력을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만, 이번 XRPR은 일반적인 ‘33법(1933년 증권법)’에 따른 전통적 현물 ETF가 아니라 ’40법(1940년 투자회사법)’ 구조로 운영된다는 점에서 차별화를 보인다. 이는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의 명시적 승인 없이 출시가 가능하다는 것을 뜻한다. ETF 구성 자산의 약 80%는 리플(XRP) 자체 또는 그에 대한 노출도가 높은 유사 자산들로 구성될 예정이지만, 나머지 포함 자산에 대한 구체적인 언급은 없다.
이미 암호화폐 ETF 시장에서는 솔라나(SOL)를 기반으로 한 유사 ETF가 오스프리와 REX의 협력을 통해 출시된 바 있다. 이와 같은 기존 사례는 XRP ETF가 성공적으로 정착할 수 있는 가능성을 일부 뒷받침해준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여전히 투자자 수요에 대한 불확실성이 여전하다고 지적한다.
현재 비트와이즈(Bitwise)를 비롯한 여러 자산운용사들이 XRP 기반 ETF 출시에 도전장을 던진 상태다. 작년 10월 비트와이즈가 먼저 SEC에 서류를 제출했으며, 이후 프랭클린 템플턴(Franklin Templeton) 등 전통 금융기관들도 잇따라 대응에 나섰다. 그러나 블랙록($BLK)이나 피델리티($FNF)와 같은 메이저 플레이어들이 XRP에 대해 눈길조차 주지 않았다는 점은 시장 우려를 부추기는 요소로 꼽힌다. 특히 피델리티가 솔라나 현물 ETF 출시에는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인 것과 대비된다.
암호화폐 운용업계는 XRP ETF가 출시 초기 단계부터 기관 자금 유입을 이끌며 시장의 기대치를 얼마나 충족시킬 수 있을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제라시는 “XRP ETF가 시장의 예상을 뛰어넘는 자금 유입을 기록할 수도 있다”며 낙관적인 전망도 제시한 바 있다.
결과적으로 이번 ETF 출시는 단순히 새로운 상품의 등장을 넘어서, XRP의 제도권 진입 가능성과 암호화폐가 전통 자산군과 얼마나 접점을 넓혀가고 있는지 보여주는 핵심적인 바로미터가 될 전망이다. XRP ETF 시장의 성패는 향후 암호화폐 기반 금융 상품 전반에 대한 정책적·제도적 흐름에도 결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