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더가 더 이상 단순한 스테이블코인 발행사로 보기 어려운 수준에 도달하고 있다. 미국 재무부 채권과 환매조건부채권(레포)을 중심으로 한 테더의 대차대조표는 중앙은행에 가까운 구조를 갖추고 있으며, 이자 수익만으로 올해 들어 지금까지 100억 달러(약 13조 원)가 넘는 수익을 올렸다.
테더가 최근 공개한 데이터에 따르면, 총 준비금은 1,812억 달러(약 242조 원)로, 부채 1,745억 달러(약 233조 원)를 초과하는 여유 자산 68억 달러(약 9조 원)를 보유하고 있다. 유통 중인 스테이블코인 테더(USDT)는 약 1,740억 달러(약 232조 원)로, 이는 암호화폐 산업 내 상당한 결제와 송금 수요를 반영한다.
이처럼 막대한 준비금 규모와 이자 수익 기반의 수익모델은 테더를 단순한 ‘코인 회사’에서 벗어나 ‘민간 달러 연동 중앙은행’에 준하는 존재로 만들고 있다. 금리 상승이 이러한 이익구조의 핵심 동인이 되었으며, 전통적인 암호화폐 기업에서는 드물게 실행되는 금융기관형 경영 방식이 특징이다.
테더는 미국 당국의 요청에 따라 제재 대상 지갑 동결, 지원하는 블록체인의 변경, 비트코인(BTC) 등 자산에 대한 이익 재투자 등 자체 ‘정책적·통화적 조치’를 취할 수 있는 능력도 갖추고 있다. 실제로 수익의 최대 15%를 비트코인으로 전환해 보유하는 등 분산형 디지털 자산 투자에도 적극적이다.
다만 테더가 가진 한계도 분명하다. 중앙은행과는 달리 공적 책무나 정부의 지급보증 역할이 없으며, 감사 대신 검증기관의 확인(attestation)에 의존하고 있는 점, 또 운영의 상당 부분이 비공개 민간 파트너에 의해 유지되고 있다는 점이 위험 요소로 지목된다.
결국 테더는 현재 스테이블코인 시장 내 독보적인 위치에서 그 영향력을 계속 확장하고 있다. 시장 불확실성이 확대되는 가운데, ‘비공식 달러 발행 기업’으로서의 역할은 강화되고 있으나, 제도권 금융에 비견될 투명성과 책임 확보가 과제로 남아 있다.




